‘엄마 눈깔 파먹겠다’는 패륜 동시가 괜찮다고요? 출판사 시끌

입력 2015-05-05 14:26
네티즌이 촬영해 올린 패륜 동시. 인터넷 화면 캡처
문제 동시집에 실린 책 소개 문구. 인터넷 캡처
한 초등생이 ‘미운 엄마를 고통스럽게 죽이겠다’는 내용으로 쓴 패륜적 잔혹 동시가 출간돼 논란입니다. 그런 동시를 쓴 아이가 잘못일까요. 아이면 그걸 기발하다는 식으로 출간한 어른들이 잘못일까요. 어린이날 충격적인 내용을 접하니 참담합니다.

문제의 동시는 최근 각종 커뮤니티에 ‘요즘 초등학교 어린이가 쓴 동시.jpg’라는 제목으로 돌았습니다. 3월말 출간된 어린이 동시집 ‘솔로 강아지’에 실린 이모(10)양의 ‘학원가기 싫은 날’이었습니다. 서점 등에서 이 동시를 접한 사람들이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책을 촬영해 올린 겁니다. 정말 책으로 나왔을까 의심이 될 정도로 내용은 끔찍했습니다.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이렇게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눈깔을 파먹어

이빨을 다 뽑아버려

머리채를 쥐어뜯어

살코기로 만들어 떠먹어

눈물을 흘리면 핥아먹어

심장은 맨 마지막에 먹어

가장 고통스럽게




출판사는 쓰러진 여성 옆에서 입가에 피를 묻히고 심장을 먹고 있는 듯한 삽화를 그려 넣기까지 했습니다.

네티즌 반응은 당연히 한결같았습니다. 온라인 책 리뷰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출판사 미친 거 아닙니까.”

“할말이 없습니다.”

“소름이 돋네요.”

출판사를 지적하는 글이 많았습니다. 설령 문제가 되는 내용의 시가 있더라도 이를 출간해 많은 아이들에게 읽힐 필요가 있냐는 건데요.

출판사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작가의 의도를 존중했으며 예술로서 발표의 장이 확보돼야 한다는 판단으로 출간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발행인은 “여기에 있는 시들은 섬뜩하지만 예술성을 확보하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발견하고 어른들의 잘못된 교육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네티즌 생각은 달랐습니다.

“시적 예술성을 운운할 게 아니라 어린이 상담이 필요한 거 아닐까요.”

“시집을 내줄 게 아니라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할 거 같네요.”

출판사는 이 동시집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함께 별난 취향을 보여주는 어린이 동시집으로 때로는 섬뜩할 정도로 자신의 생각을 거칠게 쏟아내기도 하는데 시적 예술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출판사도 표현했듯 말 그대로 섬뜩합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