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구제금융 분할금 72억 유로(약 8조4000억원) 등을 받기 위한 협상 전략을 바꿨다. 채권단과 5월 말에 종합적 합의를 추진키로 하고 그리스 시중은행의 재정증권(T-bill) 매입 한도 증액 등의 유동성 지원을 요청했다.
그리스 ANA-MPA 통신 등은 가브리일 사켈라리디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이 4일(현지시간) 개혁안과 관련한 종합적 타결 목표시점을 5월 말 또는 6월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사켈라리디스 대변인은 “(협상의) 진척은 그리스 재정을 완화시켜주는 열쇠로 작동해야 한다”면서 채권단에 유동성 지원을 요구했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와 지난 2월 20일 유로그룹 회의에서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6월 말까지 연장하고 새로운 협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유동성을 지원받는 ‘가교 협상’에 합의한 바 있다.
온라인 매체 그리크리포터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가교 협상 대신 내년까지 필요한 재정 지원을 보장하는 최종 협상을 타결하는 전략으로 수정했다”면서 “ECB가 그리스 시중은행에 재정증권 매입 한도만 늘려준다면 6월까지 유동성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그리스는 채권단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노동 관계법과 연금 삭감 관련 협상을 5월 말까지 늦추게 된다. 그러나 그리스 시중은행들이 ECB로부터 받은 긴급유동성지원(ELA)으로 재정증권을 매입하는 것은 EU 조약에서 금지한 ‘재정의 화폐화'이기 때문에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그리스가 원하는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는 전망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그리스, 분할금 72억 유로 대신 ECB에 재정증권 발행한도 증액 요청
입력 2015-05-05 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