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적 세계관에서는 황제국만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수 있었다. 조선은 1464년(세조 10년)을 끝으로 400년 넘게 이 제사를 중단했다. 조선왕은 중국 황제의 제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고종은 대한제국을 세우고 1897년 현재의 웨스틴 조선 호텔(서울시 중구) 일대에 독립된 황제국의 상징인 환구단(?丘壇)을 세우고 황제 즉위식을 가졌다.
국립고궁박물관은 환구단과 이곳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환구제(?丘祭)를 재조명하는 ‘황제국의 상징, 환구단과 환구제’ 전시를 5일 개막해 올해 말까지 이어간다. 전시에서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해온 ‘신위병풍’을 비롯해 환구단과 환구제에서 사용됐던 각종 유물들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신위병풍은 하늘 신인 황천상제(皇天上帝)와 땅의 신인 황지기(皇地祇), 이성계를 높인 태조고황제(太祖高皇帝) 등의 신위를 황궁우(皇穹宇)에 봉안할 때 사용하던 것으로 나무에 붉은 칠을 한 곡병(曲屛)이다. 환구제의 축문을 올려놓던 나무판인 ‘축판(祝板)’, 붉은색으로 ‘구(丘)’자를 새긴 제기들도 공개된다. 일제에 의해 황궁우와 삼문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설이 헐리기 전인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촬영된 환구단 사진도 볼 수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독립국의 상징, 환구단과 환구제 유물 첫 공개
입력 2015-05-04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