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7년만의 국공 수뇌회담… “양안의 운명공동체 건설을”

입력 2015-05-04 22:42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와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이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공(國共) 수뇌회담’을 가졌다. 국민당과 공산당의 현직 최고지도부 간 회담은 2008년 5월 베이징에서 열린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와 우보슝(吳伯雄) 당시 국민당 주석과의 회담 이후 7년 만이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양측이 손을 맞잡고 양안의 운명공동체를 건설해 나가야 한다”며 ‘5대 의견’을 제시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시 주석은 5대 의견으로 ‘92 공식(共識)’과 ‘대만독립 반대’는 양안 관계의 기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양안의 상호 이익 증진, 양안 교류 확대, 상호 존중, 중화민족 부흥을 위한 공동 노력 등을 강조했다. 주 주석도 “대만과 중국이 92 공식에 기초해 지역의 평화와 환경보호, 경제 협력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대만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92 공식’은 1992년 양측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 각자의 해석에 따른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일컫는다.

양측은 이후 각각 10명이 참여하는 대표단 회의를 1시간 가량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주 주석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한 대만 참여 등 국제협력 방안을 거론했다고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이번 회담은 내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공산당과 국민당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대만 지방선거에서 반중 정서와 집권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국민당이 참패했다. 총통 선거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으로서는 대만 독립을 부정하는 국민당과의 교류를 통해 양안 관계를 주도하며 민진당을 압박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민당 역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AIIB 가입 등 실리를 챙기고 정권 연장을 시도하고 있다. 주 주석은 베이징대와 향산공원 내 쑨원(孫文)의 의관총을 방문한 뒤 2박3일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