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일산경찰서 ‘김 형사’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빌려주겠다는 사기 전화였습니다.
김 형사는 사기임을 직감하고 바로 목소리 연기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밥 먹고 살겠냐? 나도 전에 대출사기 보이스피싱을 해봤다”며 범인을 안심시키고 이런 저런 정보를 캐냅니다. 김 형사가 “필리핀은 망고가 맛있다”고 말했고 범인은 마음을 열고 “아, 여기 너무 더워요”라며 신세 한탄을 합니다. 예능도 이런 예능이 없습니다.
더 재밌는 것은 같은 범인이 김 형사에게 또 전화를 걸었다는 겁니다. 김 형사는 “그때 전화했던 얘 아니냐”며 친근함을 표시합니다. “나땐 주말에 여행도 시켜주는 그랬는데 빡세졌구마잉~”라며 천연덕스러운 연기도 합니다.
김 형사는 나중에 사기집단에 일부러 전화를 걸어 대출을 받겠다고 합니다. 국내에 연계된 조직원을 검거하기 위해 덫을 놓은 거죠. 연기력을 앞세운 수사 덕에 김 형사는 피싱 일당 관리책 등 7명을 검거했습니다.
일부러 사기를 당한 뒤 경찰임을 들키지 않으려고 불안하고 불쌍한 척 연기하는 김 형사의 신 들린 듯한 연기, 두말 말고 감상해 보시죠.
한 네티즌이 경기지방경찰청 페북에 “짜고 치는 고스톱인 줄 알았다”고 댓글 달자 페북지기는 “이것은 레알” “주작이 아니다”고 답했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