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간다”

입력 2015-05-04 17:10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한번 과거사 문제와 협력 사안의 분리라는 기존의 ‘투트랙’ 대일 외교정책 기조 유지를 천명했다. 동북아 지역정세가 미·일의 ‘신(新)밀월’, 중·일의 화해 모드 등에 따라 급변함에도 변함없이 ‘박근혜식’ 원칙주의 외교노선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박 대통령은 4일 청와대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 외교는 과거사에 매몰되지 않고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고, 한·미 동맹과 한·일 관계, 한·중 관계 등 외교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분명한 목표와 방향을 위해 앞으로도 소신 있게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투트랙을 강조하면서도 박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에 대한 비판은 잊지 않았다. “분명하게 짚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소원해진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해선 과거사 문제에 대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과 다른 인식인 셈이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으로 미·일 신밀월 시대가 도래하고,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댜오)를 놓고 대립하던 중·일이 인도네시아 반둥회의 양자 정상회담을 계기로 화해 모드로 전환한 만큼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대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이런 목소리에 대한 반박이자 화담인 이번 메시지를 통해 박 대통령은 자연스레 “과거사 반성 없이는 정상회담도 없다”는 기존 대일 스탠스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과거사의 핵심 사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일 정상회담 전제조건으로 사실상 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이후 지금까지 2년여 동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단 한번도 양자회담을 한 적이 없으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화의 등 다자회담 석상과 지난해 네덜란드 핵안보정상회의 당시의 한·미·일 3국 정상회담 등에서만 아베 총리와 한 테이블에 앉았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미 상·항원 합동연설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분명하게 밝혔다. “아베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실한 사과로 이웃국가들과 신뢰를 강화할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미국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한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일본이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고 스스로 과거사 문제에 매몰돼 가더라도 이것은 우리가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라며 과거사와 한·일 간 다른 현안들의 적극적인 분리 대응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으로부터 교체 압박을 받고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 대해서도 신임의 뜻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협상 타결과 유럽연합(EU)의 예비 불법어업국 지정 해제 등을 열거하며 “이런 성취에 자긍심을 갖고 외교력 강화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