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54일 만에 아들 낳은 20대 여성… 아기 이름은 ‘에인절(천사)’

입력 2015-05-04 17:02
뇌사 엄마한테서 태어난 신생아.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미국 의료진이 뇌사 상태에 빠진 20대 여성의 생명을 50일 넘게 연장해 아들을 무사히 출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 폭스뉴스 등은 3일(현지시간) 미 네브래스카주 감리교여성병원이 임신부 칼라 페레스(22)가 뇌사에 빠진 지 54일째인 지난달 4일 제왕절개를 통해 무사히 아들을 출산시켰다고 보도했다.

몸무게 1.26㎏으로 태어난 아들은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천사라는 뜻의 ‘에인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페레스는 아들을 낳은 지 이틀 만에 숨을 거뒀다. 그의 심장, 신장, 간은 장기이식 대기자들에게 기증됐다.

페레스는 임신 22주차였던 지난 2월 8일 집에서 두통을 호소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출혈로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은 당장 아이를 꺼내면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100여명을 투입해 페레스의 생명연장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초 목표는 10주를 더 버텨 임신 32주차에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었지만 뇌사 8주째인 지난달 초 페레스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탓에 제왕절개 수술을 감행해야 했다.

미국에서 뇌사자로부터 아이를 출산한 것은 지난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