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721년 북이스라엘 왕국이 패망한 뒤 일부가 아프리카로 건너가 현재의 에티오피아 땅에 자리잡았다는 전설이 있다. 그 전설대로 에티오피아에서는 유대교의 핵심 의식들을 유지하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발견됐다. 이른바 ‘베타 이스라엘’ 또는 ‘팔랴샤(이민 간 사람들)’로 불리는 에티오피아 유대인들이다.
아랍 국가들에 맞서 전 세계 유대인들의 단결을 호소하던 이스라엘은 1991년 5월 ‘솔로몬 작전’을 감행한다. 바로 에티오피아 유대인들을 자국 내로 비밀리에 수송하는 작전이었다. 36시간 동안 34대의 수송기를 동원해 1만4000명의 유대인을 데려왔다. 공항에서는 대대적인 환영 행사가 열렸고, 에티오피아 독재정권하에서 동포를 구해내 ‘현대판 출애굽기’라고 평가되기도 했다. 1982~84년에도 1만4000명의 에티오피아 유대인들이 수단을 거쳐 빠져나와 이 중 8000명 정도가 이스라엘에 정착했다.
솔로몬 작전 이후 24년이 흐른 지난 3일(현지시간) 에피오피아 유대인 수천명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인종 차별을 하지 말라며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텔아비브 시청사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저지했다고 벌였다고 영국 BBC방송과 미국 뉴욕타임스 등이 4일 전했다. 시위로 26명이 체포되고 수십명이 다쳤다. 경찰관 20명도 부상했다.
이 시위는 최근 이스라엘 경찰이 에티오피아 출신의 흑인 다마스 파케데를 과도하게 제압하는 영상이 지난달 26일 공개되면서 촉발됐다. 파케데가 경찰 통제구역을 지나가려다 제지당한 뒤 경찰 2명에게 심하게 맞는 장면이 찍혔다.
이번 시위는 이스라엘 내 13만5000명의 에피오피아 유대인들의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에티오피아 출신들은 직장 내 차별과 함께 교육기회도 적어 이주한 지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주류사회로 거의 편입하지 못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태 확산을 우려해 이날 에티오피아 유대인 대표 등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솔로몬 작전의 옛 환호는 어디로 가고”… 텔아비브서 인종차별 반대 대규모 시위
입력 2015-05-04 1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