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4월(Horrendous April).’
두 한국인 메이저리거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와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게 4월은 잔인했다. 미국 현지 언론은 ‘과대 평가’ ‘먹튀’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들을 폄하하기도 했다.
강정호는 무기력한 타격을 보이며 마이너리그행 얘기까지 나왔다. 추신수는 더 심했다. 미 언론은 ‘텍사스가 1400만 달러(151억 1200만원)짜리 기진맥진한(frazzled) 선수를 갖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비판은 약이 됐다. 5월 시작과 함께 두 선수가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정호는 4일(한국시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방문경기에서 7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0-1로 뒤지던 9회초 짜릿한 동점 솔로 홈런을 만들었다. 자신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인 동시에 지난해 45세이브를 거둔 철벽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을 상대로 친 한방이었다.
앞서 7회에도 강정호는 상대팀 선발 마이클 와카에게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메이저리그에 온 이래 세 번째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타율을 0.281로 끌어올렸다.
추신수도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벌어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서 5번 타자 우익수로 나와 3타수 1안타를 치고 타점 1개를 올렸다. 이날 팀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추신수는 전날 경기에서도 동점 3점 홈런포를 터뜨리고 연장 10회말 2루타를 날리며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추신수는 이달 들어 세 경기 연속 안타를 쳤다. 모두 장타였다. 4월까지 타율 0.096으로 팀 역사상 두 번째로 최악의 성적을 보였던 추신수의 극적인 반전이다.
현지 언론도 둘의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모습이다. 특히 강정호에 대해선 메이저리그 적응을 끝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폭스 스포츠는 “한국인 유격수(강정호)가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고 호평했다.
유격수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조디 머서가 타율 0.197로 부진한 만큼 강정호가 선발로 나설 기회도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클린트 허들 감독도 2대 3으로 경기에서 졌음에도 “흥분되지 않냐?”며 강정호의 활약에 미소를 지었다. 이어 “(강정호가)자신의 방법을 찾은 것”이라며 “그에게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추신수에 대한 반응은 아직 조심스럽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소식을 전하는 웹 사이트 놀란 리튼의 제임스 버크 편집장은 “지금 축하의 인사를 건넬 때일까”라고 질문한 뒤 “(아직은) 좋지 않다(Not so good)”고 덧붙였다. 버크는 “추신수가 혹독한 4월에서 향상된 모습으로 탈출했다. 두터운 타자를 보유한 팀에 그의 복귀는 상대 투수에게 위협적일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본 건 단 세 경기뿐이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참혹한 4월, 그리고… 한국인 메이저리거들, 장타 본능 돌아왔나
입력 2015-05-04 1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