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홍신이 장편 ‘단 한번의 사랑’(해냄)을 출간했다. 2007년 대하소설 ‘대발해’ 이후 7년 10개월 만이다.
새 장편 ‘단 한 번의 사랑’은 20대에 뜨거운 사랑을 한 이후 1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40대 유명 여배우 강시울이 돌연 재벌 2세 조진구와 이혼을 발표하고 첫사랑 홍시진과 함께 살고 싶다고 밝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강시울은 홍시진과 사랑을 다져나가던 20대 때 현재 남편의 협박과 감금 끝에 끌려가듯 결혼했다.
홍시진 곁에도 이미 서다정이라는 여성이 있다. 돌아온 첫사랑과 여기에 얽힌 네 사람의 숨겨온 비밀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소설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작가는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가자간담회에서 “인생 후반부에 오다 보니 우리 언어 중에 가장 저한테 애절하게 떠오르는 낱말이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랑에 관한 소설을 그래서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랑을 다룬 이 소설은 그의 대표작 ‘인간시장’이나 대하소설 ‘대발해’의 문학적 궤도에서는 비켜나 있다. 사회에 대한 비판보다는 TV 속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소설의 드라마 각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김홍신의 비판 의식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는다. 작품 속에서 독립운동가 집안임을 이용해 이득을 취해 온 재벌 2세 조진구의 가족력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다. 국회의원 시절 국립현충원에 묻힌 가짜 독립유공자의 훈장을 박탈하고 현충원에서 묘를 옮기게 한 작가 자신의 경험을 담은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독립 유공자 후손의 삶이 박복합니다. 국가가 가난했기 때문에 이분들을 바라지해줄 수가 없었고 친일파 집안은 번성했고요. 이런 것들을 취재하면서 제가 갖고 있던 젊은 시절의 분노,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면서 견디기 어려웠던 갈등을 어딘가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등단 40년을 향해가는 김 작가는 앞으로도 집필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죽을 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할 때 저는 글쟁이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래야 살아있는 동안에 가장 잘 산 사람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 대학교수, 시민운동, 이런저런 보직도 맡아봤는데 그것보다는 고통스럽지만 작가로서 죽는 게 가장 인생을 잘 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김홍신 “나이 드니 사랑이야기 쓰고 싶더라”
입력 2015-05-04 1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