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광고 카피라는 게 과장 투성이이기 마련이지만 옛날 영화 광고 카피의 ‘허장성세’랄지 ‘과대포장’은 참으로 극적이다. 그리고 재미있다. 정씨의 책에서 50~60년대 것 몇 개를 골라본다. 당시의 문안은 대개 한자로 쓰여 있지만 이는 전부 한글로 옮겼다. 단 일본식이 농후한 사람들의 이름 표기와 틀린 맞춤법, 어법은 당시의 정서를 살리기 위해 그대로 두었다. 이 영화들을 기억하는 나이 지긋한 연배들이라면 달콤 씁쓸한 추억에 젖을 수 있으리라.
△‘시정에 넘쳐흐르는 정감과 가슴을 파고드는 로맨티시즘으로서 찬연히 빛나는 대명작!’ --‘마음의 행로’(Random Harvest) 마뷘 르로이 감독/로날드 콜맨 그리아 가-슨 주연, 1942제작/1953 개봉
△‘꽃의 파리(巴里)에 피에 얽히는 사랑!! 웃음의 무대에 태풍을 갖어오는 필사의 복수검(復讐劍)!--‘혈투’(Scaramouche) 죠지 시드니 감독/스츄워드·그렌쟈 에리나·파-카 주연, 1952/1954
△‘언덕위의 밀어(密語)도… 해변의 포옹도 안개처럼 사라져간 애수의 비가(悲歌). 애절한 추억이 몸부림치는 비련의 여인!’--‘모정’(慕情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 헨리 킹 감독/윌리암·홀덴 제니파·존스 주연, 1955/1956
△‘평화냐 전쟁이냐! 백인과 인디안의 기구한 운명을 묘사하여 비통하게 심금을 울리는 서부 대거편(大巨篇)!!’--‘피묻은 화살’(Broken Arrow) 뗄마·떼-비스 감독/제임스·스추워-드 제프·챤드라 주연 1950/1956
△‘영화사상 불후의 대낭만편! 완벽의 배역에 호화찬란의 대화폭(大畵幅)을 전개!!--‘노틀담의 꼽추’(Notre Dame de Paris) 장 드라노와 감독/지나·로로부리지다 안소니·퀸 주연 1956/1957
△‘일(一)여인을 둘러쌓고 전개되는 두 탈옥수의 몸부림치는 욕정! 지옥의 고뇌와 사랑의 투쟁--‘악인은 지옥으로‘(Les Salauds Vont En Enfer) 로벨 옷센 감독/마리나·브라듸 안리-·뷔달 주연 1956/1957
△‘우슴과 눈물이 명멸하는 인간감정의 압권! 결사적 탈출!! 숨막히는 스릴과 써스펜스가 육박하는 포로생활의 실태!!--‘제17포로수용소’(Stalag 17) 빌리·와일더 감독/윌리암·홀덴 옷토·프레밍거 주연 1953/1957
△‘인간의 애증과 육친의 상극을 묘파한 감동의 최고거편!!--’에덴의 동쪽‘(East of Eden) 에리아·카잔 감독/세기의 신인 제임스·띤 쥬리-·하리스 주연 1955/1957
△‘서부극의 진수를 이 일편에 담은 최고거편!! 숨막히는 박력과 감동! 이대 권호(拳豪)의 우정과 처절 서부사에 유례없는 최대의 대결투!!--‘OK목장의 결투’(Gunfight at OK Corral) 죤·스타제스 감독/버-트·란카스타 카-크·다그라스 주연 1957/1958
△‘참신한 영화수법과 근대감각의 최첨단을 독보(獨步)하는 도취의 명작--‘파리의 연인’(Funny Face) 스탄리·도-넨 감독/오-드리·헾번 후레드·아스테어 주연 1957/1958
△ ‘인간의 피를 빠라마신 유황도의 모래!! 귀신까지 울었다는 세기적인 유황도의 참극 드디어 영화화! 사상 공전의 전쟁영화초거편 --’유황도의 모래‘(Sands of Iwo Jima) 아-란 드완 감독 죤·웨인 주연 1949/1958
△‘전세계를 들끓게 하는 4대신인이 한데 모인 공전의 청춘애정편! 약한자 그대는 핸섬·보이. 젊음이 넘쳐터지는 4대 청춘스타의 매력!--’아가씨 손길을 부드럽게‘(Faibles Femmes) 미셸·보와롱 감독 자크리-느·사살 파스칼·푸티- 미레-느·드몬죠 아란·드란(알랭 들롱) 주연 1958/1960
△‘생과 사! 조국과 명예! 콰이강에서 격돌하는 광기어린 인간갈등과 전쟁심리--‘콰이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 데빋드·린 감독/윌리암·홀덴 알렉·기네스 주연 1957/1962
그럼 다음의 광고 카피는 어떤 영화일까. 모두 다 맞춘다면 당신은 대단한 영화광이다.
①처열(凄烈)! 열사(熱砂)의 북아(北阿)전선에서 독군(獨軍) 롬멜부대를 격파하는 과감한 미군전차병혼(魂)! ②자유를 찾아 방황하는 아름다운 왕녀의 즐겁고 애닯은 청춘의 애수!! ③호반에 솟아있는 신비한 고성(古城)에서 우연히 만난 소년 소녀의 슬프고 애끓는 청춘 애련(哀戀)의 서정시 ④화려한 이국(異國)왕궁 속에서 싻튼 정열의 무드! 현란(絢爛)호화의 왕궁을 수놓은 사랑의 찬가 ⑤웅대무비! 처절한 남북전쟁 속에 피고 진 부정애(父情愛)의 극치! 비루(悲淚)! 감동! 박진! 스릴! 당대 명우 스츄아-드의 필생의 열연으로 완성된 영화사상 희유(稀有)의 금자탑!
정답:①사하라전차대(Sahara) 죨단 코다 감독/함프리·보가드 주연, 1942 제작/1954 개봉 ②로-마의휴일(Roman Holiday) 윌리암 와일러 감독/그레고리-·펙 오-드리 헾버-ㄴ 주연, 1953/1955 ③ 나의 청춘 마리안느(Marianne de Ma Jeunesse) 주리앙 듀비비에 감독/ 마리안느·홀트 피에르·봐베크 주연 1955/1956 ④ 왕과 나(The King and I) 월타 랑 감독/데보라·카 율·부린너 주연 1956/1957 ⑤ 셰난도(Shenandoah) 안드레·V·막라그렌 감독/제임스·스츄아-드 주연 1965/1966
어떤 것은 희한한 한자말이 동원되는가 하면 마치 시같은 문구도 있지만 갈수록 허풍의 정도가 심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앙리 베르뉴이가 감독하고 안소니 퀸 비르나 리시‘가 주연한 ’25시‘쯤 되면 ’전인류를 통곡케한 불후의 명작‘이 되고, 로버트 와이즈 감독에 스티브 맥퀸과 캔디스 버겐 주연의 ’산파브로‘는 ‘인류가 이룩한 불후의 금자탑’으로 묘사된다.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려는 술책이지만 ‘사기성이 농후한’, 그러면서도 뻔뻔스럽게 내놓고 ‘이것은 거짓말입니다’라고 하는 듯한 정감어린 옛날의 영화광고가 그립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