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의사가 무죄를 선고받은 이유

입력 2015-05-04 10:10 수정 2015-05-04 10:21

대학병원 의사가 간호사를 성폭행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3월 7일 새벽 5시쯤 30대 대학병원 의사인 A씨는 간호사 B씨가 술에 취해 원룸 계단에서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날 우연히 회식자리를 합석하며 알게 된 사이였다. A씨는 30분을 서성였다. 추운 곳에서 자고 있을 B씨가 걱정됐을 법하다. A씨를 수상히 여긴 이웃 주민이 다가가 말을 걸었지만, 동료라며 안심시켰다. A씨는 B씨를 부축해 그를 방에 데려다 줬다.

그 방에서 성관계가 있었다. 검찰은 A씨를 주거침입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유리로 된 공동출입문으로 계단에서 잠든 B씨를 발견한 뒤 30분 정도 서성거린 점, 자신을 찾아나선 동료들을 피해 숨기까지 한 점 등을 감안해 A씨에게 성폭행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재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간호사가 사건 이후 취했던 태도가 일반적으로 강간을 당하는 여성이 취하는 행동과 달랐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자신의 방에 낯선 남성이 알몸으로 누워있음에도 다시 잠을 잔 점을 수상히 여겼다. 성관계 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점 등도 무죄선고에 참작했다.

항소심도 마찬가지였다. 3일 광주고법 전주 제1형사부(노정희 부장판사)는 “당일 6시30분쯤 B씨가 눈을 떴을 때 알몸으로 누워있던 피고인에게 ‘누구세요, 어떻게 왔어요’라고 묻고 다시 잠을 들었다는 점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성관계가 끝난 뒤 “남자친구의 옷을 사뒀다” “책상의 모니터는 TV를 볼 때만 쓴다” 등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점과 전화번호를 교환하기까지 한 점도 고려했다. A씨가 원룸 안으로 들어갈 때, B씨의 이웃 주민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힌 점도 성폭행 피의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