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과 중국이 북핵문제를 계속 방치하거나 일본이 핵무기 획득을 시도하려고 할 경우 자체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미국 전문가의 보고서가 나왔다고 연합뉴스가 3일 보도했다.
특히 한국은 이미 일반 원자로에서 수백 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분량의 플루토늄을 확보한데다가, 핵탄두 설계 기술과 첨단 운반체계 능력까지 구축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 내 수십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찰스 퍼거슨 미국과학자협회(FAS) 회장은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 레스토랑에서 헨리 소콜스키 등 미국의 대표적 비확산 전문가와 관료, 의회관계자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이 어떻게 핵무기를 획득하고 배치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비공개로 회람했다.
이 같은 ‘한국 핵무장론'은 워싱턴 주류에서 현실성이 결여된 허황된 논리로 치부되고 있으나, 지난달 중순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이 타결된 이후 비확산론자들 중심으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어 주목된다.
보고서는 “현재 한국이 국제비확산체제의 강력한 수호자일 뿐만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확장억지력을 제공받고 있어 핵무장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동북아 정세의 변화 속에서 국가안보가 중대한 위협에 직면할 경우 핵무장의 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의 핵능력이 계속 증강되고 미국이 재정문제로 신뢰할 수 있는 핵억지력을 제공하지 못하거나 일본이 핵무기 획득을 시도한다면 한국은 자체적인 핵 억지와 대응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향후 핵무장 시나리오를 핵 능력 강화(핵무기 준비 강화), 세컨드 스트라이크(핵공격을 받으면 핵으로 응징 보복하는 능력을 갖춰나가는 것), 일본과의 핵무기 개발 협력 등의 세 갈래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한국이 핵무기를 만들기로 결심한다면 우선 미국과 중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도록 압박하는 ‘외교적 폭탄'으로 활용하기 위해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를 활용해 핵물질 확보와 핵폭탄 제조능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이 핵폭탄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핵물질, 핵탄두 설계, 운반체계를 쉽게 구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여러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핵물질 확보는 우라늄 농축보다 사용후 핵연료에서 추출된 플루토늄을 재처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현재 월성에 위치한 원전인 4개의 가압중수로(PHWR)에서 추출될 수 있는 준(準) 무기급 플루토늄을 인용해 5년 이내에 수십 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핵전문가인 토머스 코크란과 매튜 매카시가 지난해 10월 작성한 비공개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이 4개의 가압중수로에서 매년 416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준 무기급 플루토늄 2500㎏을 생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부족한 연료공급 능력을 고려하더라도 최저 150㎏(핵폭탄 25∼50개)에서 최고 500㎏(100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보고서는 한국의 30메가와트급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HANARO)도 매년 11㎏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연구 중인 파이로 프로세싱(건식 처리) 기술이 핵무기 제조에 전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퍼거슨 회장은 “한국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지 않으면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며 “당분간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지력에 의존하는 게 실용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핵무기 개발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한국, 핵무장 마음 먹으면 5년내 수십개 핵폭탄 제조 능력”
입력 2015-05-04 1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