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침묵의 집' 두 번째 개작한 '주름' 출간

입력 2015-05-03 21:26
소설가 박범신이 1999년 발표한 장편소설 ‘침묵의 집’을 두 번에 걸쳐 전면 개작하여 ‘주름’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했다.

2006년 첫 개작 당시 분량을 원고지 2600장에서 1500장으로 대폭 줄이고 제목을 바꾼 데 이어, 두 번째 개작에서는 결정적인 장면의 서술을 일부 바꾸고 분량을 300여장 더 줄였다.

소설은 50대 남자의 파멸과 생성을 그린 작품으로, 죽음을 향해 가는 극한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한 남자와 여자의 만남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회사 자금 담당 이사인 50대 중반의 주인공 김진영은 자신보다 연상이며 매혹적이기까지 한 시인이자 화가 천예린에게 깊이 빠져든다. 천예린을 만난 김진영은 지금까지의 삶은 헛것이었다며, 자신의 삶의 정체성에 대해 회의하고 방황한다.

얼마 후 천예린이 외국으로 떠나버리자 김진영도 일상을 버리고 천예린을 찾아간다. 죽음과 자아에 대한 깨달음을 얻으려는 그의 고행은 중앙아시아와 동시베리아를 거쳐 바이칼 호에서 천예린이 죽음을 맞을 때까지 이어진다.

작가는 “소설을 단순히 부도덕한 러브 스토리로만 읽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시간의 주름살이 우리의 실존을 어떻게 감금하는지 진술하고, 그것에 속절없이 훼손당하면서도 결코 무릎 꿇지 않고 끝까지 반역하다 처형된 한 존재의 역동적인 내면 풍경을 기록했다”고 말한다.

작가가 한 작품을 이렇게 까지 집요하게 붙들고 있는 일은 이례적이다. 그는 “다시 7∼8년이 지나고 나면 또 깎아내는 짓을 할는지. 깎아내고 또 깎아내고 하다가 마침내 단 한 줄로 삶의 유한성이 주는 주름의 실체를 그려낼 수 있게 된다면 그때 아마 나는 작가로 성숙했다는 느낌을 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