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공무원연금 타결했지만… 여야, 세부내용 인식차·시한에 쫓긴 졸속 논란

입력 2015-05-03 20:17

여야가 합의한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여야가 오는 6일 국회 본회의 처리 시한에 쫓겨 졸속으로 심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합의 내용에 대한 여야 간 인식 차가 커 해석을 놓고 향후 다툼을 벌일 소지도 다분하다. 불똥은 여권 내부로 튀어 당청 간의 갈등 조짐까지 엿보인다.

이번 합의안이 공적연금 전반에 개혁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가장 크다. 즉 공무원연금 개혁 자체로는 만족할만한 합의안이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면서 국민연금을 끼워 넣은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합의하는 과정에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한다’고 합의한 내용이 암초로 부상한 것이다. 실무기구는 또 이 방안을 올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시한을 늦추더라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동시에 개혁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자 새누리당은 이 같은 내용을 여야 합의안이 아닌 실무기구의 합의안에 포함시켰다.

소득대체율은 평균 소득 대비 국민연금 지급액의 비율로,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확정짓는다면 월 300만원 수입 국민에게 월 150만원 정도의 연금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현행 명목소득대체율은 40%대다. 명목소득대체율을 올리기 위해선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내거나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정치권이 또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들이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반대해 세금이 국민연금에 투입될 경우 연금 개혁 취지가 퇴색할 뿐만 아니라 ‘무상 연금’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청와대는 명목소득대체율 인상 합의와 관련해 “분명한 월권”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의 이른바 공적연금 강화 합의사항의 일부 내용과 처리방식은 공무원연금개혁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면서 “실무기구는 국민연금을 논의할 아무런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부담과 직결되는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실무기구가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발생하는 재정절감액의 20%를 국민연금에 투입키로 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또 개정안은 공무원연금 지급률(받는 연금액 비율)을 현행 1.9%에서 향후 20년에 걸쳐 1.7%로 내리기로 했다. 0.2% 단계적 인하를 위해 20년이 소요돼 개혁의 속도 치고는 너무 더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졸속 처리라는 의구심도 있다.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전체위원회는 시간 부족을 이유로 비용추계서 첨부를 생략한 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여야가 지루한 힘겨루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논란은 피할 수 있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큰 성과를 이뤄냈지만 국민연금에 더 큰 부담을 지운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