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 내용을 둘러싼 청와대와 정부 기류가 심상치 않다. 청와대는 3일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사항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낼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의사항 중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인상 부분에 대해 ‘월권’이라고 지적하면서 개혁 취지가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팽배하다.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분명한 우려의 뜻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전달할 만큼 불편한 심기다. 공식적으로 반대를 하거나 논평을 하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는 모양새다.
청와대 내부에선 특히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가 공적연금 강화에도 의견을 모으면서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인상하자고 합의한 부분에 대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의 명목소득 대체율 인상은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인데 이런 사안을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합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무기구가 국민연금을 논의할 권한이 없는데도 국민 부담으로 직결되는 부분을 합의했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공무원연금 개혁 최종 합의를 위한 여야 대표 회동에 앞서 이 부분에 대한 “유감스럽다”는 취지와 우려를 함께 전달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2일 여야의 최종 합의에 앞서 국회로 김 대표를 찾아가 강력 항의했다. 이 때문에 합의문 서명은 한 시간 가량 지연됐다.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복지부 장관이 와서 방방 뛰다 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요 현안에 대한 여야의 합의가 나오면 통상적으로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공식 발표했던 청와대가 계속 ‘침묵’을 지키는 것은 이런 불편한 분위기가 반영됐다.
청와대는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안 자체도 염두에 뒀던 개혁 취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는 여야가 국민연금 부분을 거론하면서 더욱 고조됐다. 올해 초 연말정산 환급파동에서 보듯 ‘국민 추가 부담’은 청와대로선 노이로제가 걸릴 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국민에게 연금 보험료를 더 걷거나 재정을 추가 투입하는 상황은 막아야 하는데, 국회가 나서서 이 부분을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다만 여야 합의에 대해 청와대가 공개 비판할 경우 오히려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공식적으로 당장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고심거리다. 청와대는 앞으로 이에 대한 여론 추세를 보면서 대응 방안이나 수위 등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주 공식일정을 재개하는 박 대통령이 공무원연금개혁 합의사항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박 대통령의 지난주 ‘와병 메시지’에도 포함된 최우선 국정과제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박 대통령이 합의사항을 반대하거나 또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힐 경우 당청 또는 청와대와 정치권 간 갈등 점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공무원연금 졸속 개혁] 침묵 속 청와대,정부 속으론 부글부글
입력 2015-05-03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