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일본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군사 동맹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다소 원칙적이면서도 점잖은 대응으로 일관했다. 중국군은 “우리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며 발끈했지만 외교부 훙레이 대변인은 “미·일 동맹은 중국을 포함한 제3자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손상하면 안 된다”는 발언을 반복했다. 한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3일 “아베 총리의 방미에 앞서 미·일 방위지침의 개정 방향 등이 이미 예견됐던 측면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중국 외교에 상당한 여유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중국의 장기적 외교 전략은 “협력과 경쟁은 하되 충돌은 피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2006년 이후 8년 만에 연린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도 “협력과 공영을 핵심으로 하는 신형 국제 관계를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아직 미국의 패권에 맞설 힘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충돌은 피하면서 실력을 키우겠다는 뜻이 들어 있다. 중국 외교당국자들도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같은 것은 함께 추구하고 다른 것은 남겨두자”는 뜻의 구동존이(求同存異)다. 시 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신형대국관계’를 주창하며 ‘내정 불간섭’, ‘상대국의 발전방식 존중’ 등을 강조했다. 이전에는 미국에 요구하는 측면이 강했다면 현재 미국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 문제와 영토 문제 등으로 각을 세웠던 일본과도 관계 개선에 나서며 포용하는 대국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일본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실리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중국은 미·일 동맹에 맞서 주변국의 ‘친구’를 한편으로 만들고 관리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시 주석은 올해 첫 해외 순방국으로 파키스탄을 선택했다. 지난해 영토 문제로 껄끄러웠던 베트남과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특히 러시아와는 밀월 관계다. 이미 지난해에만 4번이나 만난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오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대전 종전 7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다시 한번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달 중순 중국이 러시아와 지중해에서 처음으로 합동 군사훈련에 나서고 러시아산 첨단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 도입과 달 기지 공동 건설 등 군사안보·우주 분야에서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AIIB의 성공에 이어 미·일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맞불을 놓는 등 경제적 영향력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新냉전 美中日 셈법] 중국, 충돌은 피하고 실력 키우겠다
입력 2015-05-03 2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