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일(현지시간) “누구라도 역사를 거부할 수 없다”며 전쟁 책임국으로서 자신들의 과거를 직시하겠다는 결의를 분명히 했다.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일본의 과거사 책임에 대해 사과를 회피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극명히 비교된다.
메르켈 총리는 오는 8일로 예정된 2차대전 패전 70주년을 앞두고 정부 홈페이지에 올린 주례 영상에서 “독일 역시 나치가 과거에 저지른 과오에 대한 책임에 한도를 정할 수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나치의 유대인학살 등과 관련해 독일은 ‘특별한 책임’이 있다며 깊은 공감을 표하고 나치가 남긴 ‘오래 지속되는 상처’들에 대해 사려 깊게 대응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독일에 있는 유대인 학교와 유치원이 경비를 필요로 하는 현실에 대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하면서 “역사는 학교나 사회에서 전파해야 한다”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쟁 이후의 이민 세대들도 과거를 함께 공유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요구하는 추가 전후 배상금에 대해서는 1990년 냉전 종식으로 독일 통일이 이뤄질 당시 유럽이 통일 조약을 받아들이면서 일단락된 일이라며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일간 쥐트 도이체 차이퉁과의 회견에서 “전쟁에 대한 책임이 있는 독일으로서는 그에 대한 배상 가능성을 검토하는 일이 옳다”고 밝힌 요아킴 가우크 독일 대통령과는 입장차를 드러냈다.
9일 러시아의 2차대전 승전 기념식에는 불참하지만 다음날 모스크바 무명용사 묘비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함께 방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2차대전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아베와 비교되는 메르켈, “역사에 종지부는 없다” 과거 직시 결의 전후 70년 메시지
입력 2015-05-03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