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시위] 모스비 주 검사, "경찰이 흑인 청년 사실상 살해"

입력 2015-05-02 00:40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를 비롯한 미국 동부 지역에서 1주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항의시위의 도화선이 된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25)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주 검사가 “경찰들의 살인행위”라고 발표했다.

매릴린 모스비 주 검사는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수집된 여러 증거와 정황을 볼 때 경찰관들이 그레이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통해 사실상 살해한 것으로 결론냈다”고 발표했다. 모스비 검사는 모두 6명의 경찰들을 2급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칼을 불법 소지한 혐의로 체포된 그레이는 호송차 안에서 의식을 잃고 후송돼 척수 손상으로 수술을 받았으나 1주일 뒤 숨졌다.

이와 관련해 현지 언론은 경찰이 그레이를 호송차에 내던지듯 집어던지면서 그가 차량 내 볼트에 머리가 부딪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지역 방송인 ABC7뉴스는 1일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그레이의 머리에 생긴 상처 형태가 호송차 내 볼트의 모양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한 시민이 찍은 비디오에서도 그레이는 허리 뒤쪽으로 두 손이 수갑에 차인 채 경찰들에 의해 호송차 뒤편으로 끌려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미 ABC 방송은 검시관을 인용해 그레이의 부상은 그가 체포된 이후 호송차 뒤쪽으로 세게 던져져 목이 부러지면서 발생한 게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볼티모어 경찰에 수십년간 만연했던 피의자를 ‘차에 내던지듯 태우는 관행(rough ride)’을 소개하며 그레이의 부상이 호송차에 ‘쑤셔넣듯’ 던져진 데서 비롯된 것임을 시사했다.

볼티모어시 경찰 당국은 그레이의 사망 원인을 조사한 뒤 이를 메릴랜드주 검찰로 넘겼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아 시위가 주말부터 다시 가열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는 그레이의 사망 경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장면이 한국인 황모(43)씨가 운영하는 식료품점의 CCTV에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사건 당시 그레이를 태운 호송차가 황씨 가게 앞에서 정차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으며, 경찰이 이후 CCTV 영상을 황씨에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