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달동네의 비극… 치매 노모와 병든 아들, 숨진 지 한달 만에 발견

입력 2015-05-01 21:16

부산의 한 달동네에서 치매를 앓던 80대 노모와 지병이 있던 40대 아들이 숨진 지 한 달가량 만에 발견됐다.

30일 오후 1시40분쯤 부산 진구 부암동 달동네의 방 2칸짜리 주택에서 전모(84)씨와 아들 설모(49)씨가 숨져 있는 것을 자원봉사자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전씨는 마루에서 누운 채로, 설씨는 안방에서 웅크린 상태로 발견됐다. 시신은 많이 부패된 상태였다. 외상 흔적은 없었고 농약 같은 독극물이나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었다.

경찰은 지난달 3일 쌀 배달이 이뤄진 뒤로는 모자를 본 사람이 없었고, 배달된 쌀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최근에 밥을 지은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그 즈음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들이 먼저 숨지고 치매증상이 있는 어머니가 음식물 등을 섭취하지 못해 굶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모자가 사는 동네는 재개발이 한창인 상태로 빈집이 많다. 전씨 모자가 사는 집 주변 50가구 가운데 31가구가 빈집이었고 뒷집과 옆집도 모두 비어있는 상태다.

경찰이 유족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씨는 숨진 설씨를 포함해 1남2녀를 뒀으며 설씨와 둘이서 지내왔다. 전씨는 30년 전부터 심장질환을, 수년 전부터는 치매를 앓아 집 밖으로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설씨는 10년 전부터 다리에 힘이 빠지는 질병에 걸렸고 이후 매일 술에 의지하며 지내왔다. 시신 발견 당시 방안에서는 많은 빈 술병이 발견됐다.

전씨 모자는 2010년부터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등록돼 매달 70만원을 받아 생계를 꾸려왔다. 구청 관계자는 “지병이 있는 모자가 단 둘이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쓸쓸히 죽어간 것 같아 주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