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물러난 세계최장수 사우디 외무장관

입력 2015-05-01 20:36
20세기 이후 역대 최장수 장관은 누구일까. 아직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아마도 40년간 재임하고 얼마 전 교체된 사우드 빈파이잘 알사우드(사진) 전(前)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전격 단행된 사우디 내각 개편에서 사우드 전 장관의 교체는 왕세제 교체만큼이나 이목을 끌었다. 1940년생인 그는 불과 35세였던 1975년 3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40년 1개월간 중동의 맹주 사우디의 외교수장을 맡았다. 지난 1월 즉위한 살만 국왕을 포함해 그가 모신 사우디 국왕만 4명에 이른다.

사우드 전 장관의 아버지는 사우디 3대 국왕인 파이잘 국왕이다. 그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학사과정을 마친 뒤 귀국해 사우디 정부의 핵심부서인 석유부 차관까지 지내는 등 유력한 왕위 계승자 후보로서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파이잘 국왕이 돌연 조카에게 피살되면서 형제세습의 관행에 따라 왕위는 삼촌에게 돌아갔다. 삼촌 칼리드 국왕은 그를 외교장관에 기용했다.

레바논 침공과 내전, 걸프전, 이라크 전쟁 등 중동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헤쳐나간 그가 교체된 배경에는 75세란 고령과 건강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고질적인 허리 통증에 시달린 데다 올해 3월엔 보행 보조기에 의지해 걷는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