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간의 화해를 강조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연설을 방청한 일본군 포로 출신 미국인이 아베 총리가 살아있는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2차대전 중 필리핀에서 일어난 일본군의 대표적인 포로 학대 사례인 ‘바탄 죽음의 행진’에서 생존한 레스터 테니(94) 애리조나 주립대 명예교수는 1일 보도된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연설에 생존 피해자에 대한 관점이 결여됐다며 “(구체적인) 사실을 인정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테니 교수는 “아베 총리가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미군에 경의를 표했지만, 전 일본군 포로와 군위안부 피해자 등 잔혹한 처사에 고통 받고 지금도 살아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베 총리가 ‘바탄’이라는 지명을 언급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이제 사죄는 요구하지 않는다”며 “다만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은 확실히 알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바탄 죽음의 행진’은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바탄 반도에서 붙잡은 미군과 필리핀군 포로 등 수만 명을 폭염 속에서 약 100㎞가량 걷도록 강요해 많은 사망자를 낸 사건이다. 여기서 살아남은 경험을 책으로 펴낸 그는 지난달 29일 아베 총리의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방청했으며, 당일 아베 총리가 주최한 만찬에 초대받았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일본군 포로출신 미국 교수 "아베, 2차 대전 생존 피해자 고통은 외면했다"
입력 2015-05-01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