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29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안방'인 영남을 바라보는 심경이 복잡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절대적 강세 지역인 광주 서을과 서울 관악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자, 거꾸로 여당의 텃밭인 경상도라고 안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고개를 드는 것이다.
특히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당선되자마자 '새 피' 수혈을 통한 정치 세력화를 선언한 점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PK(부산·경남) 광역 단체장 선거에서는 야권 후보가 턱밑까지 추격해 당선을 위협하고, TK(대구·경북) 정서도 무조건 찍어줬던 예전 정서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자칫 현실에 안주할 경우 '졸면 죽는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셈이다.
김무성 대표가 1일 국회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민의 맘을 붙잡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게 우리 정치인에 주어진 숙명이다. 폭풍 혁신으로 우리가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대표와 당 보수혁신특위를 중심으로는 국민에 공천권을 부여하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경쟁을 유도하고 정치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 때마다 새로운 피를 수혈해서 물갈이를 하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현재 당이 추진 중인 오픈 프라이머리로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이 제도를 통해 능력이 떨어지는 의원은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오픈 프라이머리와는 별도로 인적 쇄신, 즉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영남권 의원들의 시각과 전혀 다른 것으로서 내년 4월이 가까워질수록 당내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번 재보선에서 승리한 것은 야권이 분열됐고, 김무성 대표가 성완종 악재를 잘 극복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불리한 정치 지형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영남권 중진 의원들이 당을 위해 어려운 지역에 출마하든지 후진에 길을 터주든지 자기희생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 일각에서는 탄핵 역풍이 불었던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공천을 '벤치 마킹'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당시 쇄신 바람이 불면서 5·6공 인사들을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 결국 불출마 도미노가 이뤄지면서 36%의 현역 의원이 교체됐고, 개헌 저지선 밑으로 의석 수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121석을 차지하며 기사회생했다.
지난 2월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내년 총선에 가장 먼저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대구 수성갑이 지역구인 이한구 의원이다.
반면, 영남권의 한 다선 의원은 "경상도가 옛날 같지 않아서 위에서 찍어 내리는 전략공천을 했다가는 다 죽는다"면서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총선에서 이겨야 하고 그러려면 관록 있는 인물이 지역에서 버티며 노·장·청의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TK, PK 모두 지난 총선에서 절반 이상 대폭 바뀌면서 오히려 다선 의원이 부족하다는 점도 들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우리에겐 새로운 피가 필요하다?” 與, 영남권 재편 수혈론 급부상
입력 2015-05-01 1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