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4·29 재보궐선거 참패의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단결론'을 강조하는 표면 기류와 달리 내부에서는 여전히 책임론이 꿈틀대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일단 분열을 피하자는 정서가 퍼지며 지도부 사퇴론은 일시적으로나마 봉합됐지만, 호남민심 오판에 대한 비난이 사그라지지 않는데다 '집단 탈당' 얘기까지 오르내리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후폭풍을 잠재울 뾰족한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한 채 자택에서 머물며 돌파구 찾기에 고심했다.
노동절이어서 회의를 열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 설명이지만 예년에는 노동절에도 원내대책회의 등을 열었던 만큼, 흉흉한 분위기 속에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 박자 쉬며 전열정비에 몰두하는 셈이다.
문 대표는 전날도 의원들과 만찬에서 주요 당직자들의 사의를 만류하는 대신 강도높은 쇄신을 통해 책임을 지자고 강조했다. 결국 국민을 납득시킬만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일단 지도부는 재보선 전에 내세운 '유능한 경제정당' 행보를 강화하는 방안이나, 조직개편 등을 통해 쇄신의지를 보여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 서을을 빼앗겨 큰 내상을 입은 만큼, 호남 민심을 돌리기 위한 '묘수' 찾기에도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천정배 의원 측과 당분간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재 쟁탈전 대책 마련도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초·재선 소장파 의원들이나 호남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책임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문 대표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전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의원들의 철회 요청에 일단 사퇴를 보류했던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도 "어떻게든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주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도부가 책임있는 조치를 내놓지 못한다면, 국민들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의 3선 박주선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지도부 사퇴론을 다시 언급하면서 수십명이 탈당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언급했다.
유성엽 의원도 CBS라디오에 나와 "무조건 사퇴하라는 것은 너무 형식적"이라면서도 "정치의 요체는 책임이다. (대책을 마련해보고) 안된다면 물러나 다른 사람한테 기회를 주는 것도 지도자의 자세"라고 말했다.
그는 관악을 공천 과정에서 두 예비후보의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달랐음에도 당에서 자료공개 요청을 거부하는 등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다면서, 공천갈등이 여전히 잠복했다는 점도 암시했다.
아울러 초·재선 의원들 모임인 '더좋은미래' 등 각 의원 그룹도 지도부의 쇄신이 미흡할 경우 언제든지 목소리를 낼 태세를 보이고 있다.
더좋은 미래의 전날 회동에서도 공천에 대한 문제와 당의 전략 실패 등에 대한 의견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사퇴론 여진 계속된다” 문재인, 최고위원회의 취소...자택 칩거
입력 2015-05-01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