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로 실명(失明)질환 치료 가능성 열었다…상용화까진 갈길 멀어

입력 2015-05-01 01:00 수정 2015-05-01 10:51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실명(失明)질환 치료 가능성이 국내 임상시험에서 확인됐다.

종양 발생, 면역 거부 반응 등 우려됐던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아 난치성 실명 질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직 소규모 환자 대상의 초기 임상시험 단계인 만큼 향후 상용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를 내 놓고 있다.

차바이오텍은 분당차병원 송원경 교수팀과 함께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국내 최초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배아줄기세포 유래 망막색소상피세포 치료제)의 국내 실명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연구팀의 임상시험 중간결과를 담은 논문이 국제 학술지 ‘스템 셀 리포츠(STEM CELL REPORTS)’ 1일자에 발표됐다.

수정란(배아)의 내부 덩어리에서 추출한 배아줄기세포는 다양한 조직 세포와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재생 의료의 꽃’으로 불린다.

이번 임상시험은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를 실명이 진행 중인 환자에게 이식해 부작용 여부를 관찰하는 1상 임상시험(안전성테스트)이다.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는 차바이오텍이 미국 오카다 테라퓨틱스(전 ACT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것을 사용했다. 이는 불임 치료 과정에 폐기되는 수정란에서 얻은 배아줄기세포를 ‘망막색소상피세포(RPE)’로 분화시켜 만든 것이다.

임상시험은 스타가르트병 환자(2명)와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2명) 등 총 4명의 환자 눈에 환자 당 5만개의 배아줄기세포를 주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들 환자 4명 모두 실명했거나 시력이 거의 없는 준(準) 실명 환자였다.

스타가르트병의 경우 환자의 50% 이상이 50세 전에 완전 실명에 이르지만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노인성 황반변성도 수개월 또는 2년 내에 실명한다.

두 질병 모두 망막세포가 망가져 생기는데, 배아줄기세포를 이식해 망가진 세포를 재생시키는 게 이 치료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4명의 환자에게 배아줄기세포를 주사하고 1년 추적 관찰한 결과, 3명에게서 시력이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치료 전 국제표준시력표에서 1개의 글자만 읽을 수 있었던 환자가 치료 후 13개를 읽을 수 있는 등 9개에서 19개의 글자를 더 읽는 시력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4명의 환자에게 배아줄기세포를 주사하고 1년을 관찰했지만 모두에서 우려되는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앞서 오카다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0월 비슷한 임상시험 결과(18명 환자 대상 10명 시력 개선 효과)를 국제학술지 ‘랜싯’(LANCET)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 임상 1상 결과에 따라 조만간 환자 수와 줄기세포 투입량을 늘려 임상 2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추가 임상시험에서는 환자 당 15만개 정도의 고용량 줄기세포를 투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스타가르트병의 경우 배아줄기세포 유래 망막색소상피세포에 대해 지난해 6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은 만큼 임상 2상만 완료되면 상용화가 가능하다”면서 “임상을 마치고 이르면 2018년에는 품목 허가를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를 이용한 질병 치료 임상 결과를 발표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차바이오텍과 미국의 오카다 테라퓨틱스 뿐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임상1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은 것을 갖고 상용화 운운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다. 배아줄기세포의 특성상 장기적 관점에서 임상시험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임상에 사용된 배아줄기세포가 환자 본인의 배아가 아니고 타인의 냉동 잉여 배아를 이용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다른 세포로 분화되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종양(테라토마)을 만들거나 기존 면역체계가 타인 세포에 거부반응을 나타낼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종 임상시험이 성공한다 해도 생명체(배아)를 파괴한다며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종교, 윤리계 주장도 상용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