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살인’ 반복되는 美 경찰, 비무장 10대 총격 살해후 축소은폐 시도

입력 2015-04-30 17:50
볼티모어 폭동 사태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볼티모어 인근 대도시인 뉴욕 뿐 아니라 보스턴과 시카고 등에서도 동조시위가 잇따랐다.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는 경찰이 비무장 10대 청소년을 오인 사살한 사실이 드러나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폭동 사흘째를 맞은 29일(현지시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시는 경찰이 사건의 발단이 된 ‘프레디 그레이 사망사건’ 조사결과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다시 시위가 불붙었다.

이날 학교와 회사가 정상화되면서 볼티모어가 평온을 찾는가 싶었으나 오후 들어 수천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재집결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조사결과를 공개해 사건의 전모를 밝히라는 요구와 함께 행진을 재개했다. 이에 동조하는 항의시위는 뉴욕, 보스턴, 시카고 등으로 확산됐다.

뉴욕 맨해튼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항의하는 가두행진을 벌였다. “정의 없이 평화 없다” “손들었다 쏘지 마” 등 인종차별 철폐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60여명을 체포했다. 보스턴에서도 볼티모어에서 체포된 300여명의 석방과 야간 통행금지 해제를 요구하는 항의 집회가 열렸다. 시카고 경찰청 앞에서도 수백명이 볼티모어 시위에 대한 지지와 경찰폭력 반대를 주장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지난해 인종차별 철폐시위로 몸살을 앓았던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도 동조시위가 벌어졌다. 이 와중에 3명이 총상을 입었으며, 시위대 일부가 체포됐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경찰이 비무장 10대 청소년을 오인 총격해 숨지게 한 사실이 드러나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검찰청은 이날 롱비치 시 경찰국 소속 경찰관이 헥토르 모레흔(19)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의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23일 오후 경찰이 가택침입과 기물파괴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발생했다.

롱비치 경찰은 “당시 출동한 경찰관 중 한 명이 유리창 너머로 집 안에 있던 모레흔을 발견했다”서 “모레흔이 경찰관에게 몸을 돌려 무릎을 굽혀 총을 겨누는 듯한 행동을 해 발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주장과 달리 사건 현장에서 총은 발견되지 않았다. 모레흔은 경찰의 총격을 받은 뒤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과다 출혈 등으로 숨졌다.

모레흔 측 변호사인 소니아 메르카도는 “경찰은 지금껏 피해자 측에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으며, 모레흔에게 몇 차례 총격을 가했는지도 함구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경찰은 모레흔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기기 전 모레흔의 엄마 루시아가 아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왔음에도 접견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뉴욕 컬럼비아대 강연에서 “사법시스템의 불평등이 미국의 미래 비전을 갉아먹고 있다”며 사법제도 정비를 촉구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