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로 엄마를 잃은 마야타망(7·여)이 머리에 붕대를 감고 하염없이 울었다. 마야타망은 29일 오후(현지시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 트리부반대학병원의 병사에 앉아 있었다. 엄마가 왜 고사리를 캐다가 죽어야 했는지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아빠도 어쩌지 못하고 어린 딸 뒤에 걸터앉아 있을 뿐이었다.
마야타망의 엄마는 지난 25일 낮 신두파초크 몰겅의 집 뒤 산기슭에서 무더기로 쏟아진 바위들에 파묻혔다. 가족 먹일 풀을 뜯고 있을 때 산이 흔들리고 돌들이 쏟아졌다. 집에 있던 마야타망은 아빠에게 황급히 들려져 밖으로 나오다 벽돌에 머리를 맞았다. 주말 낮에 함께 밥을 먹으려던 가족은 이렇게 날벼락을 맞았다.
병상의 마야타망은 눈을 질끈 감고서 자꾸만 “아마, 아마” 불렀다. 그 말이 네팔어로 엄마라는 건 누가 말해줄 필요도 없었다. 마야타망은 눈물 콧물을 다 쏟으며 엄마를 찾았다. 그렇게 부르다 눈을 뜨면 엄마가 미안한 얼굴로 나타나 따뜻하게 안아줄 거라고 믿었는지 모른다. 마야타망의 흙투성이 웃옷 가슴팍에는 만화 캐릭터가 야멸차게도 엄지를 치켜들고 있었다.
마야타망의 아빠는 “순식간에 산사태가 났다. 나는 집이 흔들려서 딸이랑 빠져 나왔는데 처음에는 아내가 사라진 것만 알았지 돌에 파묻혔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쩌겠냐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 어떻게 살아가느냐며 막막해하는 것도 같았다.
이 부녀 앞에서 아내 잃은 슬픔과 엄마 잃은 슬픔 중 어느 것이 더 견디기 어려운지 생각하려다 그만뒀다. 사람의 고통을 비교해서 더하고 덜하고를 따질 수는 없어 보였다. 마야타망의 아빠가 “나의 비극이 너의 것보다 크다”고 딸에게 어떻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양쪽의 상실감을 해결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병원에는 헤아릴 수 없는 비극이 침상과 매트리스에 널려 있었다. 다친 사람과 죽은 사람이 계속 실려 오고, 실려 나갔다. 온갖 상처와 피가 배인 붕대, 흙냄새와 소독약 냄새, 울음소리와 신음소리가 병실과 복도에 가득했다.
마야타망이 애타게 부르는 엄마는 아직 돌무더기 속에 있다. 기자가 28일 신두파초크의 여러 마을을 지날 때 봤던 잔해들 밑에 마야타망의 엄마도 있었는지 모른다. 엄마는 그 무겁고 캄캄한 곳에서 딸에게 먹이려던 고사리를 아직 손에 쥐고 있을까. 신두파초크에는 그날 이후 몇 차례 비가 내렸다. 엄마는 몸이 축축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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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강창욱 특파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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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30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