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美의회 연설 논란] 의원들 호응 미지근… 위안부 사과 회피 비판 쏟아져

입력 2015-04-30 20:33

29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 대한 청중석의 호응은 그리 높지 않았다. 미지근했다는 게 정확해 보였다.

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미 상·하원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설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의회 연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기립박수나 열광적 박수는 드물었다. 40여분의 연설 동안 의원들이 일어나 박수를 보낸 경우는 아베 총리가 2차 대전에서 숨진 수십만 미국 젊은이들이 자유 수호의 상징이라고 추도한 대목, 이오지마 전투에 참가한 로렌스 스노든 퇴역 중장을 소개한 부분 등 4~5회에 불과했다.

아베 총리가 “우리의 행동이 아시아국민들에게 고통을 줬다. 역대 총리의 (과거사에 대한) 관점을 계승하겠다”며 과거사 문제에 대해 크게 ‘성의’를 보인 것처럼 목청을 높인 대목에서도 힘없는 박수만 들렸다. 한 한반도 전문가는 “아베 총리의 메시지가 의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한 것 같다”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 회피 등으로 미국 내 부정적 여론이 커진 것도 한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연설에서 위안부 강제 동원을 사과하지 않은 데 대해 의회에서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과 하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엥겔(뉴욕) 의원, 2007년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한 마이크 혼다(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을 비롯한 친한파 의원들이 일제히 나서 아베 총리의 연설을 비판했다.

로이스 외교위원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아베 총리가 동아시아의 외교관계를 악화시키는 과거사 문제를 적절하게 다룰 기회를 활용하지 못해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엥겔 의원은 아베 총리 연설 직후 낸 성명에서 “아베 총리가 이전 총리들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위안부 문제, 특히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본회의장 갤러리에서 연설을 지켜보는 데도 직접적으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면서 “아베 총리가 제국주의 일본군대가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 좀 더 직접적으로 언급했어야 한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은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통해 주변국들과의 참된 화해와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었는 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인식도, 진정한 사과도 없었음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중국도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중국 인민일보 산하 환구시보는 “아베 총리가 사과는 하지 않은 채 말장난을 늘어놓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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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배병우 특파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