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고통스런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능력을 한국교회가 가져야 합니다.”
엄기호 덕성여대 겸임교수는 30일 서울 마포구 양화진길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에서 열린 제6회 청년사역 콘퍼런스에서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에 따른 저성장·고실업 상황으로 청년세대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다”며 “교회가 이들 청년의 고민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 인재발전소 청어람ARMC(대표 양희송)가 ‘청년을 위한 교회는 없다’는 주제로 개최한 이번 콘퍼런스는 실업난 등으로 고통 받는 청년 문제의 현실을 직시하고,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엄 교수는 “청년들이 ‘열정페이’(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와 같은 노동착취 등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면서 노동을 통해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간은 홀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협력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을 청년들에게 알려주며 격려해야 한다”고 참석한 목회자들에게 조언했다.
하지만 엄 교수의 당부와 달리 한국교회는 청년들과의 소통을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어람ARMC가 실시한 ‘한국교회 청년 공동체의 현황과 청년 사역자들의 인식’ 설문조사에서 청년 사역자의 41%는 한국교회에서 청년부가 감소하는 이유에 대해 ‘기독교 신앙 및 교회가 청년들의 삶의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꼽았다. ‘교회의 영성 및 윤리성 하락에 대한 실망’(21%)도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로 지목됐다. 설문조사는 3월 27~4월 23일 청년 사역자 19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또한 지난 1년간 청년들이 접한 고민은 ‘진로, 적성’(51%)이 가장 많았고 ‘신앙적 고민’(15%)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청년들을 향한 사역자의 관심은 ‘신앙적 고민’(58%) ‘진로, 적성’(25%) 순이었다. 양희송 대표는 “목회현장에서 청년들의 필요와 사역자들의 관심이 어긋나는 부분이 포착된다”면서 “교회가 청년들의 고민을 개인적 사안으로 간주해 신앙적 과제나 목회적 관심사 바깥에 두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 사역자들은 ‘심방 상담 교제 등을 통한 소통’(64%) ‘사역자가 직장생활 등을 통해 청년 현실 직접 경험’(15%) 등 청년들의 현실로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은 사역자와 ‘필요한 경우 소극적으로 이야기’(64%)하거나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12%)고 답해 대다수가 사역자와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 대표는 “교회가 경제·사회적 흐름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청년 문제의 경우 이 같은 고민을 담아낼 새로운 틀이나 모임, 지원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교회는 청년 고통 들을 줄 알아야” 청어람 제6회 청년사역 콘퍼런스
입력 2015-04-30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