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벤츠 여검사 사건’ 국세청·감사원 직원들 성매매 혐의만 적용

입력 2015-04-30 17:43
경찰이 성매매 혐의로 입건한 국세청과 감사원 직원들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의 술값과 성매매 대금을 동석한 업체 관계자들이 냈지만, 경찰은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난 ‘벤츠 여검사’ 사례와 유사하다고 봤다. 기소해도 뇌물죄가 인정되지 못할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성매매를 한 혐의(성매매처벌법 위반)로 입건된 서울국세청 A과장과 서울시내 세무서장 B씨, 감사원 감찰담당관실 김모 과장과 김모 사무관 등 4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각각 지난달 2일과 19일 강남구의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일 국세청 직원들의 술자리에는 ‘갑을 관계’인 회계법인 임원 2명이 동석했다. 지난달 19일 감사원 직원들의 술자리에는 ‘피감기관’인 한국전력공사 직원이 함께했다. 회계법인 임원들은 식사비용 83만원과 성매매를 포함한 술값 420만원을 법인카드로 계산했다. 한전 직원들은 감사원 직원들에게 비타민과 고급 환약인 공진단(供辰丹)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향응 제공 등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국세청 직원의 경우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불입건했고, 감사원 직원은 증거가 불충분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국세청 직원과 회계법인 임원 등 4명은 대학 선후배 사이거나 평소 친분이 있었다”며 “회계법인 임원들이 법인카드로 결제는 했지만 회사에 비용 청구를 하지 않아 대가성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변호사에게 벤츠 승용차와 각종 명품을 받았지만 내연관계라는 이유로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은 ‘벤츠 여검사’을 예로 들며 “유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사원 사건의 경우 모텔에서 이뤄진 여종업원과의 성매매를 감사원 직원과 업주 모두 부인하고 있고, 비타민과 공진단만으로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술값과 성매매 비용 등을 대신 내준 혐의를 받는 회계법인과 한전 직원은 입건되지 않았다. 경찰은 국세청·감사원·한전에 비위사실을 통보하고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와 종업원 등 7명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