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훈 “조사 전에는 말할 게 없다”

입력 2015-04-30 19:08
교육부에 압력을 행사해 자신이 총장으로 있었던 중앙대에 특혜를 안긴 박범훈(6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3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에 소환됐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핵심인사로는 첫 검찰 소환이다. 이날 오전 9시40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두한 박 전 수석은 취재진의 모든 질문에 “조사 전에 말씀드릴 것은 없다”로 일관했다.

검찰은 박 전 수석에 대해 애초 포착했던 직권남용과 횡령 외에도 배임과 뇌물 등 2~3개 혐의를 추가 적용해 다음주 초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수석은 중앙대 총장 재직 시절 우리은행과 교내 입점계약을 맺고 기부금을 받았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이때 우리은행과 이면계약을 체결해 기부금 일부를 교비회계가 아닌 재단 측으로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다른 회계에 전출·대여할 수 없다고 명시한 사립학교법 제29조에 위반된다. 박 전 수석이 우리은행에 특혜를 주고 중앙대에 손해를 끼쳤다면 총장으로서 배임 혐의에 해당한다. 검찰은 이미 우리은행의 고위 관계자 2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이런 혐의를 어느 정도 입증한 상태다.

또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중앙대 재단을 운영하는 두산그룹으로부터 대가를 받았다고 보고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 계열사들은 박 전 수석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뭇소리에 거액의 후원금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수석이 부인 명의로 두산타워 상가 임차권을 취득한 사실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수석의 조사 결과를 검토해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의 소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의 횡령 혐의는 구체화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수석은 2008년 자신의 경기도 양평 땅을 기부하는 조건으로 국립국악연수원을 건립했고, 이때 양평군과 경기도로부터 건축비 수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국립국악연수원의 소유권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중앙대와 뭇소리 명의로 이전됐다.

박 전 수석은 교육부를 압박하던 당시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조율래 전 2차관의 도움을 얻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수석의 직권남용에 얽힌 교육부 관료들은 박 전 수석에 앞서 검찰 소환조사를 받으며 눈물을 내비칠 정도로 깊은 후회를 토로했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인사 관련 압력을 받아 어쩔 수 없었다고 진술했지만, 사법처리는 면치 못할 전망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