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여성의 대장암 발병률이 최근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대장암 증가 탓에 한국인의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은 30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CR)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우리나라 여성의 대장암 발병률이 10만명당 33.3명으로 아시아 1위, 세계 5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08년 세계 19위에서 4년 만에 15계단이나 오른 것이다. 대한대장항문학회의 2011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한국 여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명당 25.6명이었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보다 발병률이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35.8명), 덴마크(35.7명), 네덜란드(33.9명), 뉴질랜드(33.5명) 등이다.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도 2008년 세계 4위에서 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2008년 인구 10만명당 46.9명에서 2012년 58.7명으로 껑충 뛰었다. 남성 대장암 발병률 세계 1위는 슬로바키아(61.6명), 2위는 헝가리(58.9명)다.
남녀 모두 순위가 오르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대장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 인구 10만명당 45.0명이다. 2위는 슬로바키아(42.7명), 3위는 헝가리(42.3명), 4위는 덴마크(40.5명), 5위는 네덜란드(40.2명)다.
전문가들은 여성 대장암이 늘어난 이유로 건강검진 증가를 꼽는다. 민병욱 고려대 구로병원 암센터장은 “과거에 건강검진을 받지 않던 가정주부들이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으면서 감춰졌던 암이 드러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민 센터장은 “60~70대 여성의 경우 폐경에 따른 호르몬 불균형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인에게 대장암이 많이 발병하는 이유로는 고기 위주의 서구화된 식생활, 곡물 섭취 감소, 높은 음주율과 흡연율, 비만 등이 꼽힌다. 오상철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지방이 많은 고기와 설탕 섭취를 줄이고 하루 30분 정도 꾸준히 운동하면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대장암, 여성도 위험 신호… 한국, 발병률 전세계 1위
입력 2015-04-30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