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의 ‘학점 뻥튀기’가 여전히 심각하다. 지난해 4년제 대학 졸업생 10명 중 9명은 B학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 등록금은 전체적으로 약간 내렸지만 여전히 고액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전국 4년제 대학 176곳을 분석해 대학정보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30일 공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과 지난 2월 졸업생 가운데 B학점(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90.9%에 이르렀다. 전체의 36.0%는 A학점(90점) 이상을 받았다. B학점 미만에서 C학점 이상은 8.8%, 그 미만은 0.3% 뿐이었다. 포항공대와 울산과기대, 대전가톨릭대, 수원가톨릭대, 금강대, 중앙승가대, 영산선학대 등은 모든 졸업생이 B학점 이상이었다. B학점 이상을 받은 전체 졸업생 비율은 매년 90%대를 유지하고 있다.
재학생 성적도 마찬가지다.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에서도 절반에 달하는 재학생이 A학점 이상을 받았다. 특히 서울대는 재학생의 A학점 이상 취득 비율이 50.4%, B학점 이상이 82.9%로 상위권 대학 중 ‘학점 인플레’가 가장 심했다.
‘학점 뻥튀기’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은 대학들이 학생들의 취업 등을 고려해 마구잡이로 좋은 학점을 주기 때문이다. 교수가 학점 부여 비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율적으로 성적을 매기는 절대평가 수업에서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올해 대학 등록금은 4년제를 기준으로 학생 1명당 연간 667만원으로 계산됐다. 전체의 98.9%인 174개 대학이 등록금을 내리거나 동결했는데도 지난해(666만7000원)보다 소폭 올랐다. 교육부는 “전년 대비 3000원 늘어난 까닭은 의학전문대학원들이 의과대학으로 바뀐 탓”이라고 설명했다.
1인당 등록금은 한국산업기술대가 901만100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연세대(866만600원), 을지대(850만100원), 한국항공대(847만1800원), 이화여대(845만3300원), 신한대(841만9100원), 추계예술대(838만6900원), 한양대(838만300원), 성균관대(833만6400원), 홍익대(824만5500원) 등이었다. 등록금의 벽이 여전히 높은 셈이다. 많은 학생들이 정부지원 국가장학금 등으로 간신히 학업을 잇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수원대에 대해 “등록금을 교육 서비스보다는 적립금을 쌓는데 치중했다”며 등록금 일부를 학생들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학점 뻥튀기’ 대학… 서울대·포항공대·연세대·고려대 등 포진
입력 2015-04-30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