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4·29 재보선의 후폭풍이 예상 이상으로 강하게 일고 있다. 선거 직전까지도 의원들 사이에서는 ‘승리하기 쉽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영패’가 현실화되자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졌다’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호남과 비노(비노무현)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2·8 전당대회 이후 봉합되는 듯 했던 계파갈등도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불 난 집에 기름 부은 대표의 말 = 호남과 비노계 의원들은 30일 문재인 대표가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발언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선거 패배에 대해 책임지고 자성하겠다는 메시지는 없고, 정부·여당에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는 것이다.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호남의 한 중진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며 “지도부 총사퇴를 선언해도 모자랄 판에 무책임해도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현재 우리 당에 대한 호남의 민심이 재보선 결과에 그대로 나타났다”며 “문 대표가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지 않는다면 다음 총선 결과도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비노 진영의 한 초선의원은 “문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호남 의원들 사이에서는 ‘다음 총선에서 새정치연합 간판으로 당선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불안감이 팽배했다”며 “결국 터질 것이 터지고야 말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문 대표가 강조했던 당 지지율과 자신의 대선 후보 지지율이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호남 민심이 진정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재인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혼란스러운 지도부, 수습 동력 모으기 어려워 = 당 안팎에서는 ‘문재인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지만 사퇴 요구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최재성 의원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표가) 책임 질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객관적 상황(야권후보 난립)이 혼재하고 있다”며 “(전과는) 경우가 좀 다른 것은 분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도 “지금 대표가 사퇴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지금은 지도부가 책임지려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내에서도 사태 수습과 관련한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지도부 사퇴’를 통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의견과 지도부까지 흔들리면 안된다는 의견이 맞서는 분위기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오전 비공식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다른 최고위원들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재보선을 총괄했던 양승조 사무총장도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와 관련해 양 총장은 “지금은 입이 있어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한 핵심 의원은 “문 대표가 아침에 ‘가이드라인’을 정해버려 최고위원들도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안철수 전 대표는 본회의 직전 국회에서 문 대표와 만나 다음달 7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합의추대’ 방식을 제안했다. 안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재보선에서 지고 나서 우리끼리 원내대표 선거를 하면 어떤 국민이 좋아하겠는가”라며 “당내 소모적 갈등이 재연되는 것을 막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로 원내대표 합의추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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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4·29 재보선 이후] 새정치, 총선 앞두고 친노· 비노 갈등 폭발 예고
입력 2015-04-30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