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 분양시장이 모처럼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건설업계 내부에는 한숨소리가 가득하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잇따라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청약 광풍’ 현상까지 벌어졌지만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상황이 어렵다”며 울상이다.
◇해외수주 급감 직격탄에 저조한 1분기 실적=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30일 “최근의 분양 열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이어진 불황 끝에 찾아온 반짝 특수”라며 “건설사들이 올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분양 물량을 쏟아내는 것은 열기가 식기 전에 서둘러 물량을 밀어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분양 특수에도 불구하고 주요 건설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대부분 시장 전망치를 밑돌며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현대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삼성물산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대우건설도 전년 동기보다 46.5% 감소한 영업이익을 냈다. 대림산업 정도가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고, GS건설은 흑자전환에 의미를 부여해야 했다.
급감한 해외수주 실적이 건설사들의 실적에 타격을 입혔다. 유가하락, 중동정세 불안 등으로 발주 및 계약이 지연되면서 기대했던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GS건설의 경우 1분기 해외수주 실적이 1060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5600억원에서 98%가 줄어들었다. 대우건설도 1분기 해외수주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줄어 부진을 면치 못했고,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역시 지난해 1분기의 39% 수준으로 저조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이 A+에서 A로, KCC건설은 A에서 A-로 각각 한 단계씩 떨어졌고, 한신공영은 BBB에서 BBB-로 낮아졌다. 한신평은 또 삼성엔지니어링과 SK건설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동반 하향 조정했다.
◇곳곳에 드리워진 그늘=건설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앞으로도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다행히도 국내에서 괜찮은 성적이 나와 주고는 있지만 해외실적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역부족”이라며 “올해 분양물량을 다 소화하고 난 뒤를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했다.
우선 엔화 가치 하락으로 해외수주 경쟁력 약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과 아시아, 중남미 등에서 국내 건설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이 원가부담을 절감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업체들은 지난해에도 말레이시아 정유·석유화학 복합개발과 미얀마 국제공항 건설 프로젝트 수주를 추진했지만 기술력과 입찰가격에서 우위를 점한 일본업체들에게 뺏긴 바 있다.
연이은 입찰담합 적발도 건설업계의 표정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호남고속철도 사업 입찰에 참여한 5개 건설사 임직원 11명이 26일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낙찰 받을 업체를 미리 정하고 다른 건설사가 입찰 가격을 높게 제출하는 방법으로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담합과 관련해 건설사 14곳과 해당 회사 임원 14명을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에서도 입찰담합이 줄줄이 적발되고 있다. 2010년 한국농어촌공사가 발주한 저수지 둑 증축 공사 입찰에서 대형 건설사 8곳이 담합한 것으로 최근 공정거래위 조사 결과 밝혀졌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기획] 주택 분양시장 모처럼 호황이라는데… 건설업체들은 ´끙끙´ 앓는 소리 왜?
입력 2015-04-30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