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위기의 문재인, 위기의 제1야당… “절체절명 각오로 다시 시작”

입력 2015-04-30 21:21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튿날인 30일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다. 문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 참석해 준비한 원고를 차분히 읽었다. 그는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저희가 부족했다. 특히 제가 부족했다” “분노한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참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의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참패가 불러온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당내 반응은 싸늘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너무 나쁜 패배”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의 심장부인 광주 서을에서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게 20%포인트차 이상으로 졌다. 야당이 한번도 진적 없는 서울 관악을에서도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43.9%)에게 당 소속 정태호 후보(34.2%)가 9%포인트차 이상로 패했다. 무소속 정동영 후보(20.2%)에게 야권분열 책임을 떠넘기기도 어렵게 됐다.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이상규 전 의원은 무소속 김희철 후보가 정 전 의원보다 많은 표(28.5%)를 가져가도 당시 후보였던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을 꺾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패배의 1차 책임은 새정치연합의 ‘실력 부족’인 셈이다.

재보선 결과에 대한 김한길 전 공동대표의 발언은 의미심장했다. 김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겨야하는 선거를 졌다. 총선 앞두고 다들 걱정이 크다”며 “저도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지도부 책임에 대해서는 “제가 할 얘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김 전 대표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함께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패배하자 이튿날 곧바로 동반 사퇴했다. 당시 사퇴의 변이 “이겨야하는 선거를 졌다”는 것이었다.

지도부의 불협화음도 들렸다.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주승용 최고위원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패배에 대해 지도부가 명확하게 책임을 져야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 퇴진 목소리가 분출하진 않았지만 물밑에서는 불만 여론이 끓고 있다. 문 대표가 상황을 조기 수습하지 못할 경우 ‘레임덕’이 곧바로 시작될 수 있다.

호남 의원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천 의원은 ‘뉴 DJ(새 김대중)들’을 발탁해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과 붙어보겠다며 ‘깃발’을 들었다.

문 대표의 대선 주자 지지율도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문 대표가 대선 주자 지지율이 1위라지만 호남과 수도권에서 비토 여론이 높다는 것이 확인돼 우려스럽다”며 “참여정부 프레임, 친노(친노무현) 프레임에 완전히 갇혀 버렸다”고 말했다.

4·29 재보선은 문 대표도, 새정치연합도 ‘절체절명’ 상태로 몰아버렸다. 위기의 대선 1위 주자, 위기의 제1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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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