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여권 잠룡들이 이번 4·29재보선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이 선거전 초반부터 각각 경기 성남 중원과 서울 관악을에서 ‘도우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차기 대권이라는 대망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것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당내 신망을 얻은 이들은 내년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느냐에 따라 여권 내 대권주자로서의 무게감이 달라질 전망이다.
김 전 지사는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경기 성남 중원에서 신상진 의원의 승리에 힘을 보태면서 당 안팎의 입지를 넓혔다. 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으로서 기대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이번에 차기 대선주자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반응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김 전 지사 측근은 30일 “김 전 지사는 신 의원이 부각될 수 있도록 ‘조용한 조력자’ 역할에 충실했다”면서 “주변에서 이벤트성 선거운동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이런 의미에서 실제 추진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노동운동 시절 신 의원과 선후배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은 4년 만에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보수정당의 불모지였던 서울 관악을에서 당선자를 내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시장과 지하철역 등을 오신환 의원과 동행하면서 ‘민심’을 움직이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줬다.
특히 오 전 시장은 2011년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싸늘하게 돌아선 ‘당심’을 어느 정도 되돌린 것으로 평가됐다. 오 전 시장 측근은 “내년 총선에서 오 전 시장이 어디로 출마할지를 정하지는 않았다”며 “당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쪽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와 오 전 시장이 이번 재보선에서 눈에 띌 수 있었던 이유는 야당의 분열상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등을 돌린 정동영, 천정배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친정’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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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4·29 재보선 이후] 정치적 재기 발판 마련한 여권 잠룡 오세훈·김문수
입력 2015-04-30 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