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리 대행을 했던 시절에 기재부 일하랴 총리실 일하랴 죽을 지경이었는데 또 그렇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한 기재부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이완구 전 총리의 사퇴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총리 업무를 대행하게 되면서 일부 기재부 공무원들이 ‘이헌재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이 전 장관은 2004년 5월 25일 고건 전 총리가 물러나면서 총리 대행을 맡았었다. 당시 이 전 장관이 총리실로 출퇴근을 하면서 기재부 간부들도 거의 사무실에 붙어있질 못했다고 한다. 2010년 윤증현 당시 기재부 장관도 정운찬 총리의 사퇴와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청문회 낙마로 두 달 가까이 총리를 대신했다. 그 때도 기재부 공무원들은 장관의 퇴청 길목에서 업무보고와 결재를 처리하며 “장관님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볼멘소리를 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무총리 직무 대행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신임 총리가 임명될 때까지 맡은 바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서울청사와 세종청사를 하루에 많게는 세 차례 오가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총리대행을 하면서 오는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리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도 참석해야 한다.
문제는 최 부총리의 총리 대행 체제가 6월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후임 총리가 취임할 때까지 짧게는 한달, 후임 총리 임명 절차가 지연될 경우 길게는 두 달 이상 총리 직무대행을 해야 한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관가뒷담] ‘이헌재 악몽’ 떠올리는 기재부… “총리 대행하는 장관이 싫어요”
입력 2015-04-30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