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개봉해 국내에서만 1000만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프로듀서 린다 옵스트가 방한해 과학 기술이 접목된 콘텐츠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 했다.
옵스트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 포럼 2015’ 기자간담회에서 “관객들이 스마트해졌기 때문에 영화도 그래야 한다”며 “과거 마케팅을 활용해 상업적으로 성공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면 이젠 영화 자체로 스마트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옵스트는 영화 ‘콘택트’(1997) 등 SF물은 물론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 ‘어느 멋진 날’(1996) 등 멜로물도 제작했다.
그는 ‘인터스텔라’ 제작과정을 설명하면서 “‘물리학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 한 작가가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다’는 단순한 규칙을 가지고 제작자와 과학자가 협업했다”며 “스토리가 차별성을 가지게 된 이유“라고 꼽았다. ‘인터스텔라’에는 세계적 이론 물리학자 킵 손이 제작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 각본을 쓴 조나단 놀란의 경우 이 영화를 위해 대학에서 4년 동안 상대성 이론을 공부했다.
그는 “작가의 상상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우주 자체에 존재하는 근원적 이야기보다 뛰어나기 힘들다”며 “존재하는 것에다가 이야기를 엮고, 캐릭터와 버무린다면 좋은 영화가 탄생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영화의 한국 흥행 성적이 뛰어났던 것을 두고 “기술적으로 발전했고 과학에 대한 공포감이 없어 이야기 자체를 즐긴 것”이라며 “우주를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가 과학교육이 잘돼 있는 국가에서 들어맞았다”고 했다.
그는 “스티븐 호킹, 킵 손 박사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며 “‘인터스텔라’를 통해 우주와 시간이 연결돼 있다는 개념을 관객에게 던진 것처럼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작품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콘텐츠 산업과 기술의 융합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다. 포럼에는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CG 작업에 참여한 이승훈 ILM 크리처 슈퍼바이저도 참석했다. 주요 연사 간담회에 나선 그는 “‘헐크’ 캐릭터의 경우 약 7개월 정도 걸려서 개발했다”며 “배우 마크 러팔로를 360도 방향으로 수차례 사진 찍은 뒤 모공까지 데이터화해 웃을 때의 입꼬리, 땀이 맺히는 모습까지 표현했다”고 작업 과정을 전했다.
그는 “한국 영화기술에서 가장 더디게 발전하는 분야는 크리처(Creature·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생명체)물”이라며 “막대한 제작비가 드는 탓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괴물’처럼 하나의 크리처만을 돋보이게 해 관객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T 성과 전시관’에서는 영화 ‘명량’(2014)의 해상전투 장면 제작기술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인터뷰] ‘인터스텔라’ 프로듀서 린다 옵스트… “관객이 스마트해졌기 때문에 영화도 그래야 한다”
입력 2015-04-30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