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연설 맞춰 주목받은 두 위안부 할머니

입력 2015-04-30 16:37
지난달 4일 서울시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린 제1168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이용수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대표 발언 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계기로 50여명 밖에 남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 방송의 ‘반(反) 아베’ 시위 관련 뉴스에 가장 빈번히 얼굴이 나오는 이는 이용수 할머니(87)다.

아베 총리의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 그의 방미 일정에 맞춰 미국에 온 이 할머니는 보스턴과 워싱턴DC 등 아베 총리의 방문지를 따라 다니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29일(현지시간)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을 하원 전체회의장에서 지켜봤다. 미 하원 위안부 결의안 통과 주역인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이 초청해서다.

이 할머니는 아베 총리가 합동연설에서도 결국 과거사를 사죄하지 않자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아베가 (위안부 증언이 처음 나온 이후) 지난 20여년간 거짓말만 하고 사죄를 안 했는데 오늘 의회 연설에서도 끝내 사죄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그러면서 “아베, 그 거짓말 병, 역사를 부정하는 병을 안 고치면 당신은 스스로 망할 것”이라고 크게 꾸짖었다.

2007년 미 하원 청문회에 나와 증언하기도 했던 이 할머니는 1944년 16세 때 대만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2년간 강간을 당했고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전기 쇼크 등 학대를 당하기도 했다.

이날 미 CNN방송에는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9) 할머니의 인터뷰가 방영됐다. CNN은 김 할머니가 점점 기력을 잃어 타인의 도움 없이 거동할 수도 없는 상태였지만 역사 바로잡기에 대한 열정 어린 눈망울을 간직했다며 더는 움직일 수 없기 전에 자신의 피해 경험을 타인과 나누고자 발걸음을 도쿄로 옮겼다고 소개했다. 김 할머니는 “죽기 전 과거 역사를 올바르게 바로잡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라고 했다.

김 할머니는 14세이던 1940년 일본군의 협박과 가족 부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군복 제조 공장에 끌려갔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일본군이 김 할머니를 데려간 곳은 봉제 공장이 아닌 6개 나라에서 운영하던 군 위안부 시설이었다.

김 할머니는 그곳에서 30여명의 여성과 함께 갇혀 10대 소녀 아니 여성으로서는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강요받았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도쿄 소피아 대학 정치학과의 나가노 고이치 교수는 “전쟁 당시 위안부 제도는 일본의 군대 운용에서 매우 독특한 제도였다”면서 “위안부 제도를 소규모로 운용한 독일 나치와 비교할 때 일본군 위안부 정책은 국가 주도로 광범위하게 벌어졌다”고 고발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