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으로 날아간 파울볼이나 홈런 볼을 가져가는 사람은 없었다. 공은 떨어진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주워갈 사람이 없었다.
30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의 풍경이었다. 말 그대로 4만5968석은 텅 비어있었다.
이날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는 미국 프로야구(MLB) 145년 역사상 처음으로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전날 MLB 사무국은 흑인 폭동이 이어지자 안전을 위해 볼티모어시와 협의해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MLB닷컴은 이날 경기 후 ‘볼티모어 오리올스, 고요 속에 함성을 만들어냈다’는 제목으로 경기 상황을 소개했다.
볼티모어는 1회부터 대량 득점으로 앞서나갔다. 주자 1, 3루 상황에서 크리스 데이비스가 시즌 5호 홈런을 때려냈고 이어 매니 마차도와 에베스 카브레라의 연속 2루타와 케일럽 조셉의 우전 적시타로 6-0을 만들었다.
이어 3회에도 조셉의 좌전 적시타로 점수를 추가했다. 마차도는 7-2로 앞선 5회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볼티모어의 8대 2 승리였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무관중 경기에 팬들도 선수들도 낯설어 했다.
LA타임즈에 따르면 2011년 사우스 플로리다에서 열린 플로리다 말린스의 경기에 347명의 관중이 참은 이후 미국 프로야구는 매 경기 매진에 가까운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당시엔 허리케인 아이린 때문에 관중이 찾지 않았다.
오리올스의 매니저 벅 쇼월터는 “정말 달랐다”면서 “덕아웃에서 우리가 하는 말을 심판이 들을 정도였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고요한 경기장을 표현했다.
선수들은 색다른 팬서비스를 했다. 포수 칼렙 조지프는 경기장에 도착해 더그아웃으로 향하면서 평소와 다름 없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 주는 시늉을 했다. 사인을 적은 야구공과 종이를 있지도 않은 팬들에게 건넸고 허공에 손을 흔들기도 했다. 경기 중에도 조지프는 모자를 가볍게 들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기도 했다.
CBS스포츠는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을 뿐, 실제로 미친 것은 아니었다”고 조지프의 행동을 전했다.
조용히 치러진 경기였지만 관중은 있었다. 볼티모어 팬들은 경기장 밖 펜스를 통해 경기를 지켜봤다. 데이비스가 홈런을 칠 때 환호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고요 속에서 만든 함성… MLB 사상 첫 무관중 경기
입력 2015-04-30 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