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베르제르극장에서 27일 열린 연극상 시상식인 ‘몰리에르의 밤’ 행사에서 남성 배우 겸 극작가인 세바스티앙 티에리(45)가 알몸으로 무대에 올랐다.
사회자의 호명에 원고만 든 채 알몸으로 무대에 등장한 티에리는 “배우와 의상팀 등 연극 스태프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왜 극작가만 못 받느냐”고 따졌다.
그는 “왜 이런 차별을 하느냐. 우리 몸이 흉하기 때문이냐”면서 객석에 앉은 플뢰르 펠르랭(42) 문화장관에게 질문했다. 펠르랭 장관은 한국 입양아 출신이다.
티에리는 연설 중간에 “펠르랭 장관이 어디 있느냐”면서 직접 객석에 내려와 장관을 쳐다보면서 공평하지 못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펠르랭 장관은 당황한 표정이었으나 시종일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티에리는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은 채 4분 넘게 발언을 한 뒤 펠르랭 장관 등의 큰 박수를 받으면서 퇴장했다.
표현의 자유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프랑스 톨레랑스(tolerance) 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장면은 고스란히 TV로 중계됐다.
티에리는 최근 ‘벌거벗은 두 남자’의 시나리오를 써 큰 인기를 끌었으나 이날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현지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는 티에리가 이날 시상식을 사로잡았다고 촌평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6월에도 배우와 연극 스태프들이 당시 여성 문화장관인 오렐리 필리페티 앞에서 알몸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