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29일 당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광주는 호남 민심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무소속 천정배 당선자는 ‘이기는 정당’을 내세우고 선거에 나선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치명상을 안겼다. 천 당선자는 당선 일성으로 ‘야권 전면 쇄신’을 외쳤다. 호남발(發) 신당 창당 등 야권 빅뱅이 시작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광주 서을은 재보선 투표율이 41.1%로 재보선 지역구 4곳 중 가장 높았다. 천 당선자는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앞서며 압승했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심판 여론이 그만큼 뜨거웠다는 방증이다. 새정치연합은 선거전 내내 천 당선자를 ‘분열세력’으로 몰았지만, 광주 민심은 오히려 새정치연합에 심판의 경종을 울렸다.
선거전은 사실상 ‘천정배 대 문재인의 결투’였다. 문 대표는 재보선 내내 광주 서을에 ‘올인’하다시피했다. 문 대표는 지난 3월 22일 아시아문화전당도시 보고대회 참석을 위해 광주를 찾은 뒤 이후 지난 27일까지 한 달여간 광주를 여덟 차례 방문했다.
하지만 광주는 천 당선자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호남에서는 노무현정부 당시 민주당 분당과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상처가 여전하다. 그럼에도 지난 2012년 총·대선에서 새정치연합과 문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해줬다. 하지만 제1야당은 무기력한 패배를 되풀이했다. 이미 지난해 7·30 재보선 순천·곡성에서 친노 인사인 서갑원 전 의원이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에게 참패하면서 ‘친노 비토’론이 확인된 상태였다.
공천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다. 천 당선자를 꺾으려면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물을 내세워야했으나 당은 “경선결과에 따랐다”며 조 후보를 내세웠다. 조 후보는 19대 총선 때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해 새정치연합(당시 민주통합당)을 심판하자고 했었다. 그런 후보가 불과 3년 만에 지역구를 바꿔 새정치연합 후보로 출마한 것이다. 비노(비노무현) 성향의 한 당직자는 “천 당선자는 지도부가 당의 후보로 전략공천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며 “그러지 않을거라면 아예 참신한 다른 후보를 내서 광주 시민의 자존심을 살려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천 당선자의 국회 입성으로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에서 빨간 불이 켜졌다. 새정치연합이라는 ‘간판’으로는 호남에서의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호남에서 당 소속 의원들의 영향력이 급감할 수 있다”며 “박지원 의원 등이 호남 홀대론을 내세우고 호남 의원들이 동조하면서 당내 분란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광주 참패 여파는 2017년 대선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재보선은 천 당선자 측의 선거 캠페인이 강조해온 것처럼 “지금 새정치연합으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 “야권을 교체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민심의 표출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천 당선자가 호남 맹주가 되면서 야권의 대선주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4·29재보궐] 심장부에서 철저히 심판 당한 새정치연합
입력 2015-04-29 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