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골프장은 천막촌으로 변했다.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지만 이재민들은 철망을 뚫고 들어가 천막을 세웠다. 사람들은 천막에서만 노숙하는 것이 아니다. 화물차 짐칸과 하수도 연결용 콘크리트 원통 안에서도 먹고 잔다. 돗자리는 도처에 깔렸다. 날이 밝으면 어둠과 추위를 견디기 위해 태우고 남은 잿더미에서 연기가 하얗게 피어오른다.
천막은 태부족이다. 28일(현지시간) 오전 카트만두 시내에서는 마스크를 쓴 젊은 여자가 와서 영어로 “천막을 얻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기자는 구호 표시가 있는 차량 앞에 서 있었다. “미안하지만 천막은 없다”고 하자 여자는 실망해서 돌아갔다.
식량도 바닥나고 있다. 현지 안내를 맡은 산드라 브라카스 스레스더(35)씨는 “지금까지는 다 사먹었는데 언제까지 사먹을 수 있을진 모른다”고 했다. 사람들은 알음알음으로 상점주인에게 부탁해 음식을 산다고 한다. 계속 문을 열고 장사하는 상점은 없다. 회사원들은 출근하지 않는다. 학교는 기숙사생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20인승 버스에는 30~40명이 타고도 모자라 10여명이 지붕에 올라탄다. 스레스더씨는 “원래 불법인데 지진 때문에 버스가 잘 운행 안 해서 경찰도 눈감고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소들은 꼬리를 흔들며 도로를 역주행했다. 한복판에 주저앉는 소도 있다. 시끄럽게 경적을 울리던 오토바이도 소는 알아서 피해갔다. 힌두교 국가에서 소는 신이나 다름없다.
도로 옆 주유소에는 오토바이 수십대가 새카맣게 몰려들었다. 시외버스 정류장에는 시골로 가려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들은 표를 구하려고 전쟁을 벌였다.
지진피해 지역은 오후 7시만 넘으면 도시가 새카맣게 변한다. 전기가 끊겼고, 사람들은 집에 없다. 상점은 모두 문을 닫았다. 별은 이렇게 캄캄한 도시의 하늘에서 더 밝다는 사실은 아름다움보다는 상실감을 안겨다준다.
간밤의 골목에서 기자를 졸졸 따라온 개는 오른쪽 옆구리에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각각 10cm 정도 벌어진 2곳의 피부에서 피가 흐르고 그 피로 털이 젖어 있었다. 지진 때 잔해에 맞아 난 상처인 듯싶었다. 개는 도로에 배를 대고 엎드려 꼬리를 흔들었다. 아프지 않은지 묻고 싶었다.
29일 오전 한 주황색 삼각 천막 앞에서 6, 7세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묵묵히 벽돌을 쌓았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로 자신의 세상을 재건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에게는 그런 본능이 잠재해 있는 것인지 모른다. 오후부터는 상점들이 조심스럽게 셔터를 들어올렸다.
카트만두=강창욱 특파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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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30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