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복학왕’이 실존 인물에 대한 지나친 희화화로 논란에 휩싸였다. 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는 문제의 마지막 장면을 삭제했다.
기안84는 지난 28일 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 중인 ‘복학왕’ 제46화를 게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묘사한 캐릭터 ‘바락 우바마’가 우리나라의 대학생들과 어울리면서 벌어지는 촌극을 그린 첫 번째 에피소드다. 기안84는 영화로도 제작된 전작 ‘패션왕’을 그린 스타작가다. 과거의 에피소드에서 ‘바락 우바마’를 한 차례 활용했지만 방한 일정 중 대학교에서 강연한 미국 대통령이라는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반면 ‘바락 우바마’를 내용의 중심으로 세운 제46화는 달랐다. 미국 대통령이 저출산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나라 대학가의 원룸촌으로 잠입하고 국방비를 술값으로 사용하는 등으로 전개하다가 잠든 여대생에게 호기심을 드러낸 듯한 상황으로 끝났다. 잠든 여대생을 발견하고 이성적 호기심이 발동한 듯 얼굴을 붉히고 강렬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장면이다. 해석에 따라서는 성적 호기심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네티즌들은 이 장면을 풍자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댓글 게시판에는 29일 새벽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풍자를 넘어 모독 수준이다” “오바마의 정책을 비판할 수 있지만 이번 에피소드는 이유도 없이 조롱한 수준이다”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극우성향 커뮤니티사이트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라고 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복학왕으로 요동쳤다. 9점대(총 10점)를 꾸준하게 유지했던 이 웹툰의 네티즌 평점은 3점대로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비난 여론이 작가의 창작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 “외교 분쟁을 걱정할 수준의 문제도 아니다”라는 반론도 나왔지만 비난 여론을 잠재우진 못했다.
기안84는 문제의 마지막 장면을 삭제했다. 제46화는 현재 ‘바락 우바마’가 방바닥에 누워 여대생을 발견한 장면에서 마무리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오바마가 잠든 여대생을?… 웹툰 ‘복학왕’에서 사라진 문제의 장면
입력 2015-04-30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