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철을 앞두고 농민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올해 벼농사를 짓기 위해선 곡간이 비어있어야 하는데 지난해 생산한 쌀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 전국 시·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쌀 생산량은 424만1000t으로 전년 423만t보다 1만1000t 늘었다. 이날 현재 전국 쌀 재고량은 83만t으로 지난해보다 9만t 늘었다.
전체 생산이 불과 0.3% 늘었지만 소비자들의 쌀 소비량이 줄면서 재고 증가를 초래했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5.1㎏으로 전년보다 2.1㎏ 감소하는 등 30년째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는 1970년 1인당 소비량이 136.4㎏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경기도와 강원도 등 중부지역이 태풍과 장마 등 자연재해를 입지 않으면서 풍작을 맞아 재고가 더 많이 쌓이게 됐다. 시·도별 쌀 재고는 강원도와 충북이 각각 4만8000t, 경기도 12만7000t, 충남 18만7000t 등이다. 강원도와 경기도 재고는 전년 대비 30% 가량 늘었다.
지자체들은 대형소비처 발굴 등 쌀 소비촉진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강원지역에서는 철원과 삼척, 화천, 원주 등 지자체가 지역 사회단체, 기업, 관공서와 함께 쌀 팔아주기 운동에 나섰다. 충북 옥천군은 쌀 소비촉진을 위해 다음 달 2~3일 ‘쌀 음식 만들기 행사’를 마련했다. 인천 강화군은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쌀 팔아주기 운동에 나서기로 하는 등 전국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와 새누리당은 최근 쌀값 안정을 위해 5월 이후 쌀 7만7000t을 추가 수매하기로 했다. 추가 수매를 마칠 경우 75만3000t이 재고로 남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장 안정과 안정적인 쌀 수급조절을 위해 추가 매입하기로 했다”면서 “5월 중 수매를 마치게 되면 쌀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아닌 ‘땜질식 처방’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인구 5100만명이 연간 65.1㎏씩을 소비하더라도 연간 생산량이 420만t에 달해 92만1000t의 재고가 매년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농업경영인 강원도연합회 심창보 정책부회장은 “햅쌀을 생산하면 그 쌀이 다음해 재고로 남고, 재고가 증가해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는 쌀 농업기반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생산량은 증가하는 데 소비가 감소하면 재고가 증가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책적인 차원에서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춘천=서승진 기자, 전국종합 sjseo@kmib.co.kr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남아도는 쌀, 어떡하지
입력 2015-04-29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