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동북아 외교안보 질서 격변… 미·일은 ‘신 밀월’, 중·일은 ‘화색’, 한국은 ‘고립’

입력 2015-04-29 20:13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이 미국과의 ‘신(新)밀월’을 이루고, 중국과도 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하는 등 한반도 지정학이 요동치고 있는데 한국만 외교적 고립 상태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일·중이 자국 이익에 따라 민첩하게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만 수동적 태도로 일관한다는 지적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로 미·일 동맹은 ‘부동의 동맹(unshakeable alliance)’으로 격상됐다. 70년 전 태평양전쟁의 적대국으로서 총대를 겨누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아베 총리는 일본 총리로는 최초로 미 상·하원 합동 연설도 성사시켰을 뿐 아니라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서도 미국 지지를 이끌어냈다.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으로 ‘일본의 보통국가’화, 군사대국화 행보도 공식화했다. 심지어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숙원인 ‘전후체제로부터의 탈피’에 바짝 다가선 모양새다.

이 같은 미·일의 밀월은 미국의 안보전략 변화와 관계가 깊다. 미국은 최근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를 천명했다. 중동 지역에 대한 군사적 개입으로 피로감이 쌓이면서, 외교안보정책의 중심축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기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미국은 자국 안보전략에 일본이 일정부분을 기여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에도 미국이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에 호의적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본은 역사와 영토문제로 극한대립을 거듭하던 중국과도 화해의 계기를 마련했다. 아베 총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신 실크로드 전략)’ 참여를 시사하면서다. 아시아지역에서의 패권을 위해서 일본이 절실히 필요한 중국과, 경제성장과 수출 증대가 필요한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외교가에서는 “이런 가운데 한국은 원칙론만 고수하다 외교적 고립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중시’정책, 중국은 ‘대국굴기(大國堀起)’, 일본은 ‘보통국가화’란 거시적 외교 전략으로 국익에 따라 민감하게 이합집산을 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무런 장기 외교안보 전략 없이 사사안사안에 대처하는데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과거사로 일본을 비판하면 미·중이 ‘알아서 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수동적인 외교발상이라는 비난마저 나온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외교적 고립’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미·일, 중·일 관계와 한·미, 한·중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게 주된 근거다. 하지만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의 ‘양비론적’ 역사인식 발언과 아베 총리의 ‘인신매매’ 발언을 둘러싼 논란 등 한·미간에 ‘엇박자’가 이미 드러났고, 중국마저도 역사와 경제를 분리해 일본과의 ‘실리’를 취하려 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인식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