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영웅 파키아오 호소 통했나 … 필리핀 가정부 사형집행 연기

입력 2015-04-29 13:59 수정 2015-04-29 14:21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37)가 선처를 호소했던 필리핀 가정부의 사형집행이 연기됐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28일 호주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 외국인 마약사범 7명에 대한 총살형을 집행했다.

애초 사형집행이 예고된 이들은 8명이었으나 필리핀 여성 메리 제인 벨로소(30)가 막판에 제외됐다.

벨로소는 8개 체급에서 10번의 타이틀을 획득한 세계적인 복싱 슈퍼스타 파키아오가 전날 사형집행권을 갖고 있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사형집행 중단을 호소했던 인물이다.

파키아오는 미국 LA 훈련캠프에서 필리핀 방송 GMA 뉴스TV와 인터뷰를 갖고 “내 조국과 메리 제인 벨로소, 그리고 온 필리핀 국민들을 대신해 말씀드립니다. 각하께서 사면을 베풀어 그녀의 목숨을 살려주기를 당신의 너그러움과 아량에 애원합니다”라고 밝혔다.

파키아오는 “5월 2일, 나는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와 경기를 치르는데 세기의 대결이라고 다들 말합니다. 하찮은 나의 방식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큰 일이 될 것입니다”라고도 했다.

파키아오의 인터뷰는 벨로소의 모친 셀리나(55)의 애원에 따라 이뤄졌다. 셀리나는 마닐라 라디오 방송 dzMM에서 “매니, 제발 나의 딸을 살려주세요. 제발 얘기 좀 해주세요. 당신을 인도네시아에서도 무척 유명하니깐 어떤 말이라도 큰 도움이 될 것에요”라고 호소했었다.

사형집행을 연기한 인도네시아 당국은 사형집행이 취소되지 않았으며, 필리핀이 벨로소가 연루된 사건의 주범을 체포했기 때문에 추가 조사가 필요해 연기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벨로소는 2009년 가방에 헤로인 2.6㎏을 숨겨 인도네시아에 입국하려고 한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벨로소는 가정부 일자리를 소개받아 가방에 마약이 담겼는지 모른 채 인도네시아로 건너갔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딸의 시신을 수습하러 인도네시아로 건너갔던 셀리아는 집행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자 “딸은 ‘하나님께서 내가 살아있기를 원한다면 실오라기만큼이라도 더 살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정말 이뤄졌다”면서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울먹였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