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토막살인마는 김하일 아니라 진허이다”…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5-04-29 09:30

아내를 토막살해한 뒤 시화호에 버린 범인 김하일(金河一)을 중국어 발음인 ‘진허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중국동포이긴 하지만 엄연히 중국 국적을 가진 중국인인데 왜 한국식 이름으로 부르냐는 것입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 특히 중국동포를 겨냥한 여론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이겠죠. 29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외국인범죄추방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전날 ‘시화호 토막살인 피의자, 그의 이름을 진허이(金河一)’라는 제목의 공지문을 배포하고 한국에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중국동포의 이름을 한국식이 아닌 중국식 발음으로 불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시민연대는 “習近平 중국 주석을 시진핑이라고 하지 습근평이라고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아베 신조라고 부르지 안배진삼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서 “(범죄를 저지른 중국동포의 이름을) 언론에서는 왜 김하일이라고 했을까. 그것은 정부 발표를 언론이 앵무새처럼 따라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시민연대는 정부가 굳이 김하일이라는 명칭을 쓴 배경에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이름으로 쓰면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다문화정책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아울러 2012년 인육 논란까지 벌어졌던 오원춘(吳原春) 사건과 지난해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박춘풍(朴春風) 사건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민연대는 “우위안춘(우위엔춘)을 오원춘으로 부르고 퍄오춘펑도 박춘풍이라고 했다”면서 “다문화에 대한 반감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중국 이름으로 부른다면 사람들에게 (다문화 옹호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 여기서 잠깐. 퍄오춘펑의 경우 박춘봉으로 불리다가 나중에 박춘풍이라고 정정됐다고 합니다. 애초 그의 이름이 ‘朴春峯’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호구부에 문의한 결과 朴春風으로 호적에 기재돼 있었다는군요. 중국어 발음으로는 峯과 風이 모두 펑으로 읽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시민연대는 이처럼 정부가 외국인 범죄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반발했습니다.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중국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는 중국 국적의 중국동포가 한국에 잠시 들어와 취업한 것일 뿐인데 이들의 이름을 한국식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은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네요. 어찌됐든 이름 부르는 것마저 논란이 될 만큼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합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