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박지원씨(33)는 최근 탈모치료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병원을 찾았다. 몇 주 전 선 자리에서 꿈꾸던 이상형의 여성을 만났지만, 두피가 휑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나름 키도 크고 잘생긴 얼굴에 어디 하나 빠지는 곳 없다고 생각해왔건만, 탈모가 발목을 잡을 줄은 예상치 못했던 박씨. 이러다 마음에 드는 여성이 다시 한 번 나타나도 그저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마음에 치료를 결심하게 됐다.
각종 결혼 소식이 가득한 5월이 다가오면서, 덩달아 혼기가 찬 솔로 남성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류에 마냥 맘놓고 합류할 수 없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탈모인들이다.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대한민국 20~30대 여성의 탈모 남성에 관한 태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89%가 선 자리에서 탈모 남성을 꺼린다고 답했으며, 61%는 남자친구에게 탈모가 있다면 결혼이 꺼려질 것이라 대답했다. 탈모가 이성교제와 결혼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센텀모빅스피부과 장정현(사진) 원장은 “탈모는 비단 외모뿐 아니라 연애, 결혼 등의 사회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따라서 탈모 증상이 나타날 경우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고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탈모, 원인을 알아야 치료법이 보인다=탈모를 일으키는 원인에는 스트레스, 음주 및 흡연, 비만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지만, 가장 주요한 원인은 바로 유전과 DHT이다. DHT는 남성호르몬이 5알파환원효소에 의해 변환된 호르몬으로, 탈모 유전자를 지닌 사람의 모낭에 작용해 모발의 연모화를 촉진시키고 성장 기간을 단축시킨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유전과 DHT가 동시에 작용해야만 남성형 탈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탈모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DHT 수치가 낮거나, DHT 수치가 높더라도 탈모 유전자를 지니고 있지 않다면 탈모는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탈모는 DHT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 및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공인기관에서 의학적 효과를 검증 받은 DHT 억제 약물에는 먹는 탈모치료제가 있으며, 이는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전세계 국가에서 모든 단계의 탈모 치료에 가장 권장되는 치료제로 제시되고 있다.
◇초기 탈모, 약물치료로 개선 가능하다=한 조사에 따르면 탈모 환자들이 탈모 증상을 자각하고 병원을 방문하기까지는 약 5년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탈모는 증상이 한 번 발현되면 심화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상태가 조금이라도 더 나을 때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다행히 초기 탈모는 먹고 바르는 약물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먹는 탈모 치료제의 경우 탈모의 주요 원인인 DHT의 생성을 억제해 탈모의 진행을 막고 발모를 촉진하는데, 임상 연구를 통해 90% 이상의 탈모 억제 효과와 70% 이상의 발모 효과를 입증하였다. 다만 이 같은 효과는 복용 직후가 아닌 최소 3개월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1년 경과 시점에서 극대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당장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12개월은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다. 먹는 치료제와 함께, 바르는 치료제를 하루 2회 두피에 도포하면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두피 성장인자를 촉진하여 탈모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중기 이상의 탈모, 수술과 약물치료 병행해야 한다=치료시기를 놓쳐 탈모가 심하게 진행된 경우, DHT의 영향을 받지 않는 뒷머리 모낭을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모발이식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과거 모발이식 수술은 흉터와 통증이 크고 회복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최근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특히, 로봇을 활용한 수술이 각광받고 있는데, 로봇암을 이용해 모낭을 빠르고 정교하게 채취해 단시간 내에 대량 이식이 가능하며, 생착률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발이식 수술의 장점은 한 번 심은 모발은 영구히 탈모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술이 탈모의 진행을 완벽히 막는 것은 아니며, 이식 이외의 부위에서는 계속해서 탈모가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만족스러운 수술 결과를 유지하고 재수술을 막기 위해서는 꾸준히 먹고 바르는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장정현 원장은 “탈모를 치료가 불가능한, 유전질환으로만 생각해 으레 치료를 포기해버리는 안타까운 환자들이 종종 있다”며 “하지만 남성형 탈모는 증상에 따라 DHT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치료 또는 모발이식 수술 등을 통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므로,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수 기자
DHT를 잡아라, 탈모가 가고 여자친구가 올 것이니
입력 2015-04-29 09:02